[프라임경제] 청탁금지법 양벌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위법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데 더해 그 사람이 소속된 법인도 함께 처벌하기 때문.
이런 양벌규정은 법인이 구성원의 위법행위 방지를 위한 주의와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물론 범죄 억제나 예방을 겨냥한다.
오는 9월 말부터 시행되는 청탁금지법 역시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하면 법24조에 따라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도 제재를 받는다. 그럼에도 법인이 소속 종업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실천한 경우에는 면책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주의와 감독을 다해야 면책될 수 있을까.
법에 규정된 상당한 주의·감독 의무 판단기준은 향후 판례를 통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권익위원회는 언급한다. 아울러 효과적인 부패방지 컴플라이언스를 운용하는 경우 하나의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에서는 컴플라이언스뿐 아니라 기업 가치관을 중시하는 윤리경영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린지 오래다.
이를 가이드한 것은 미국 연방정부라 하겠다. 이미 지난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했고, 이어 1991년에는 기업의 반대에도 양형가이드라인(FSGO)이라는 판결지침을 공표했다.
양형가이드라인의 특징은 부정행위의 예방을 위한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운용방식이다. 경영에 참가한 간부들이 범법행위에 가담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등의 많은 상황을 참작한다.
또한 범죄행위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조직이 위법과 부정을 예방하는데 유효한 시스템이나 행동지침 등을 갖추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면책하거나 벌금을 대폭 줄여주는 방식이다. 이런 내용은 기업이 윤리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확립해 실천토록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FSGO에서 제시한 효과적인 준법프로그램(Effective Compliance Program)은 △법령준수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 △고위직으로 법령준수를 감독 △자유재량 권한위임의 신중 △교육연수 실시 △감사·준법자 보호 △위법행위 처벌 및 재발방지 등의 요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미국 법원은 양형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1996년 일본 다이와 은행에 대해서는 주의감독 의무 해태 책임을 물어 높은 벌금을 부과했으나, 케어마크사의 경우 이사진에게 경영책임을 묻는 주주 대표소송에서는 무죄를 선언했다. 준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윤리경영을 성실히 실천하기 때문이다.
양형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가장 실효성 있는 모델의 하나로 평가받는데, 미국의 경우 가이드라인 운용이후 기업들이 서둘러 윤리경영 프로그램을 정비·보강하는 등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우리 기업이 윤리경영을 제도화·문화화해 실천하는 경우 청탁금지법 상 상당한 주의 감독 의무를 수행한 판단 사유로 고려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기업윤리는 올바른 경영활동의 기반이라 하겠다. 구성원의 협력과 혁신의식이 무뎌지고 부패와 불법행위가 확산된다면 지속가능성은 더욱 어렵다. 윤리는 올바른 일을 하는 기술이라고도 말한다.
기업윤리 실천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법규를 준수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와 가치를 공유, 윤리적 가치관을 근거로 한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이 기업의 전체 경영계획과 관리시스템에 연계돼 충실히 운영됨으로써 경제적, 도덕적 실적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의 토대가 된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