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외식업 M&A시장 장악, 사모펀드 악순환 끊어야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8.30 16:53:5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최근 주춤했던 외식업 인수합병(M&A)시장이 대형 매물들의 등장에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 부진으로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사모투자펀드(PEF)가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놀부를 인수한 모건스탠리PE에 이어 이듬해 VIG파트너스가 두산그룹의 버거킹을 인수하고 2013년에는 로하튼이 bhc, IMM PE가 할리스에프앤비 경영권을 사들였다. 

2014년에는 유니슨캐피탈이 공차코리아, CVC캐피탈은 KFC코리아를 1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대형 외식업체가 사모펀드에 줄줄이 매각됐다.

이제는 매각됐던 외식 브랜드들이 다시 매물로 등장했다. 한국맥도날드, KFC, 한국피자헛까지 미국의 3대 패스트푸드 외식 브랜드부터 할리스에프앤비, bhc, 놀부, 공차 등이 잠정적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중 맥도날드 본사가 매물로 내놓은 한국맥도날드만이 CJ그룹과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 간 경쟁구도를 형성, 본격적인 인수절차에 돌입했다.

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 25일 예비입찰을 거쳐 내달 말 본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매물들은 아직 매각 주체를 찾고 있거나 매각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에 빠진 업계에 투자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효과는 반길 만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비용절감 등 단기적인 매출 전략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사모펀드는 경영환경 개선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수익을 보려는 패턴이 주를 이룬다. 

서비스의 질보다는 가격을 올리거나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중하다 보니 사모펀드는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해당 기업은 빈껍데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은 또다시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이 같은 패턴의 반복은 악순환이 돼 외식산업 발전의 걸림돌이자 쇠퇴의 지름길로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사모펀드의 좋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지난 2월 VIG파트너스와 버거킹코리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매각가는 2100억원 안팎으로, 이는 지난 2012년 두산그룹이 버거킹을 매각했던 1100억원보다 2배가량 오른 금액이다. VIG파트너스는 최고경영자(CEO), 최고개발책임자(CDO) 등 경영진을 교체하고 과감히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직영으로만 운영했던 방식을 바꿔 가맹점을 모집하고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확장, 2013년 162개였던 매장은 지난해 기준 직영 170개, 가맹 61개까지 규모를 키웠다. 작년에는 메르스 여파를 피할 수 없었지만 3년 새 가시화할 매출 성과도 이뤘다. 

사모펀드들이 불황에 빠진 외식업계의 구원투수임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몸집을 불리고 되파는 것에만 치중한다면 해당 기업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내 정부가 지난 2004년 말 도입한 PEF제도는 12년여가 지난 올 초 상반기 기준 약정액 60조원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PEF는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모험자본으로, 이를 키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당장 코앞도 중요하지만 모험자본으로의 올바른 역할과 이미 포화된 외식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