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각종 감염성 질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보건당국 대응 부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는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 광주와 거제에서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병했고 전국 중·고교에서는 식중독에 걸린 학생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인천 한 모텔에서는 냉각수를 통해 전염되는 레지오넬라증 감염환자가 발생, 건물이 폐쇄되기도 했다. A형간염·쓰쓰가무시·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의 감염병 환자도 평년에 비해 늘어난 추세다.
이에 보건당국의 늑장대응과 미숙한 상황대처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전염병들의 명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발 빠른 대응에 실패하면서 원인 파악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쳤기 때문.
대표적인 예가 집단 C형간염 사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은 보건당국이 지난 2월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현대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이를 즉각 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주사제·주사바늘 등 환경검체를 수거한 것은 신고 접수 후 35일 이후였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상온에서 평균 5일가량 생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민원 접수 후 한 달 이상 지났다면 바이러스가 검출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결국 C형간염 바이러스는 발견하지 못했고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또한 어려워졌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C형간염 전수감시 체계 도입도 3년 전부터 제안돼왔던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충북대학교에 의뢰해 작성된 용역보고서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 C형간염에 대한 전수감시가 필요하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집단감염 사태를 예방하는데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눈앞에 있는 것도 바라보지 못하는, 눈먼 장님 같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되는 콜레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건당국은 일주일가량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바닷물과 해산물이 콜레라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제시했을 뿐이다.
15년 만에 2명의 환자만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안일하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전염병은 전파가 쉽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달렸다. 정부는 전시행정적 태도를 버리고 보다 신중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 폭염 등 극심한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내년에는 이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국가방역체계를 재정비하고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미숙한 감염병 대처와 국민소통 능력 부재가 밝혀져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발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더욱이 올해는 후진국 감염병으로 불리는 콜레라까지 발생해 전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으면서 감염병 발생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 이상의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초기 대응 부진, 늑장 대응과 같은 '공중보건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대처는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