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턴 금융가 탐방②] 은행권 인턴십에 목메는 취준생들

서포터즈·봉사활동·공모전 은행 대외활동도 바늘구멍…지원자 넘쳐 경쟁률 높아

안지예 인턴기자 기자  2016.08.30 14:33:5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 이소은씨(가명·24)는 매일 아침마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맞선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상향평준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기관 경력이라도 한 줄 더 보태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뭄에 콩나듯 올라오는 은행권 인턴십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높아 매번 떨어지기 일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양새지만 '은행원'은 여전히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은행원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희망연봉은 △3500만원 이상(34.3%) △2500만~3000만원(21.8%) 수준으로 나타난 가운데 시중은행 기준 은행원들의 평균 초봉이 5000만원을 넘는 것만 봐도 은행원이 학생들의 '워너비' 직업으로 꼽힌 이유를 알만하다.

이런 이유로 은행 입사시험 경쟁률은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 자료를 보면 은행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은행별로 매년 2만명 이상에 이른다.

다만 은행들은 매년 200~300여명의 신입 직원들을 채용하는데 그쳐 은행원은 약 100대 1의 경쟁률을 가진 '넘사벽' 직업이기도 하다.

◆대외활동, 장학금에 입행우대까지 많은 혜택

높은 입사 경쟁률 부담을 낮춰보기 위해 취준생들은 은행들이 운영하는 대학생 프로그램에 손을 뻗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입사 지원 시 해당 업계에 대한 관심도와 전문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운영하는 대학생 프로그램은 △서포터즈 △봉사단 △공모전 등으로 다양하며 참여 혜택도 많아 취준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간 약 70명이 참여할 수 있는 KB국민은행의 'KB캠퍼스스타' 서포터즈는 우수 활동자를 별도로 선발해 입사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특권을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대학생 봉사단 'N돌핀'과 농협중앙회의 '농협 영 서포터즈'도 우수 활동자에게 표창 및 장학금이 돌아가고, 입사 지원 시 1차 서류 전형 면제받을 수 있는 입사 특전이 부여된다.

지난해 KB캠퍼스스타로 활동했던 방성준 학생(가명·25)은 "서류면제 등 특권 외에도 현직 직원들을 통해 평소 궁금했던 은행 취업과 실무에 대한 답을 많이 얻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인턴십도 재수… 입사시험 못지 않는 경쟁률

은행들의 대학생 프로그램은 참여 시 많은 혜택이 제공돼 취준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높은 참여율을 보이지만 입사시험 못지않은 경쟁률 탓에 수요 충족이 힘든 상황이다.

관련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은행의 대외 활동은 참여율이 적게는 20:1에서 많게는 100:1까지 넘는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대학생 홍보대사는 영업점 현장학습 등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활동 우수자에게는 입행 우대 특전 외에도 해외문화탐방의 기회가 따라 매년 평균 30:1의 경쟁률을 찍는다.
 
KEB하나은행의 '하나금융그룹 SMART 홍보대사'는 우수 대학생의 경우 인턴 및 신입공채 시 우대조건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에 종료된 SMART 홍보대사 7기 전원에게는 글로벌 봉사활동 기회가 부여돼 경쟁률이 20:1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은행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대학생은 "이 같은 인턴십 프로그램들은 취준생들 사이에서 은행 입사를 위한 필수 스펙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며 "높은 경쟁률 때문에 인턴십 지원을 '재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경쟁률 치솟는데 서포터즈 사라져, 왜?

기존 인턴십 프로그램을 사회공헌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은행도 있어 취준생들의 참여 기회는 점점 더 줄고 있다.

IBK기업은행 '일자리 서포터즈'는 우수 활동자에게 공채, 청년인턴 지원 시 서류 전형이 면제되며, 각종 문화 탐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행적을 감췄다.

이에 기업은행 측은 "서포터즈가 기존 취지와 맞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올해는 시행되지 못했다"고 제언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학생 홍보대사가 상업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해 기존에 있었던 '우리 스마일 서포터즈'를 중단하고 대학생 경제 교육에 초점을 뒀다.

우리은행의 '우리금융아카데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돕고 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입사 특전 없어도 활동참여 '적극적'

입사 특전을 제공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외 봉사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 참여라는 새로운 경험 자체가 취준생들에게는 양질의 스펙으로 비치면서 참여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KB국민은행의 대학생 해외 봉사단 '라온아띠'에는 지난 8년간 대학생 2만5451명이 지원했고, 선발된 학생 수는 467명이었다.

라온아띠는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사회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현지봉사와 교류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4년 라온아띠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해외봉사활동 참여로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갖게 됐다"며 "이전까지 겪지 못했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입사 특전 특혜가 없더라도 은행이 운영하는 봉사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 참여만으로도 은행 취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특히 봉사활동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관을 일깨우기 좋은 기회의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응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