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만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직'의 부당한 처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년간 야쿠르트를 판매하던 A씨의 퇴직금 여부를 놓고 최근 대법원이 한국야쿠르트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특수고용직은 실질적으로 회사에 편입돼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가입도, 퇴직금받기도 요원하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근로자 아님 사장이야?"
A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야쿠르트와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부산에서 야쿠르트 등 유제품을 판매해왔다. 오전에는 관리점에서 당일 배달·판매할 제품을 받아 고객들에게 배달한 다음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품을 팔았다.
위탁계약 종료 후 A씨는 자신이 한국야쿠르트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주장, 그간 연차수당·근속연수에 따른 퇴직금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지난 2014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2015다253986)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계약 형식보다는 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A씨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판매업무의 경우 근무장소, 시간 등을 스스로 정하는 등 한국야쿠르트의 지휘·감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을뿐더러 근태관리를 따로 하지 않았고 실적이 저조하거나 교육 불참 시에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었다.
이 밖에도 A씨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신규 고객을 추가 모집하거나 판매량을 늘려 수수료를 받았다.
대법원은 "한국야쿠르트가 근무복을 제공하고 적립형 보험료와 상조회비 일부를 지원했지만, 이는 A씨의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A씨가 근무상의 지시나 통제를 받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에 의거,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도 4주 평균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일 경우 퇴직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A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시간을 근무했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를 보호해줄 울타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는 전국 1만3000여명이며 임금은 판매의 25%가량을 수수료로 받는 형태다. 한국야쿠르트 전체 매출에서 방문판매 등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에 육박하고 있다. 고용인원 수와 매출액도 비례한다.
이를 두고 여론은 "판결과는 별개로 최대 동업자를 등한시하는 처사"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 사측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는 대립된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후에도 야쿠르트 아줌마 복지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더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재택위탁 집배원과 구두장이(제화공)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는 근로자임을 인정받는 구제 판결이 난 바 있다.
◆4대 보험도, 퇴직금도 빗겨나간 특수고용직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수고용직은 야쿠르트 아줌마 외에도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마트 판매원,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특수고용직이 근로자인지 아닌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문제다.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이나 자영업자처럼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특정 사업주에 종속돼 일하지만 자영업자도, 근로자도 아니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도 사업주에게 의존하는 만큼 사실상 근로자와 차이는 크지 않음에도, 이들에 대한 근로자에 준하는 사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늘 제기만 될 뿐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06년 '근로자 기준'에 따르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에 적용을 받는다.
아울러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등의 여부로 판단한다.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측에서 자발적으로 챙겨주는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퇴직금 외에도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중 현행 산재보험법의 경우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보험설계사 △레미콘운전자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운전자 △퀵서비스운전자 6개 직종에 대한 특례 가입을 허용한다.
그러나 가입률을 살펴보면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특수고용직종 중 가장 규모가 큰 보험설계사가 전국 33만여명에 달하는 가운데 10% 미만,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5% 미만이다.
이처럼 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사용자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사측의 '적용제외 신청'을 강화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