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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의 자취생존기] 자취생 살린 삼인방 '갓혜자·백종원·혜리'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8.29 16: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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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갓혜자냐, 백 선생이냐 혜리냐…그것이 문제로다."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길 어느 한 지점에서 발길을 멈춰 고민하고 있지. 웬 뜬금없는 연예인 타령이냐고? 자취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삼인방 '혜리·혜자·백종원'을 모르면 섭섭하지. 자취생한테 신과 같은 존재인 걸.

사실 나도 부모님과 같이 살 땐 이들의 존재를 잘 몰랐어. 집에 가면 항상 밥솥에 밥이, 냉장고에는 각종 밑반찬과 김치가 있었단 말이야.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사 먹는 건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정도였어. 

또 자취 초반에만 해도 이 도시락들을 잘 몰랐지 뭐야. 원래 자취의 로망 중에 그런 게 있잖아. 매일 장을 봐서 맛있고 '예쁜' 요리를 하는 것 말이야. 예전엔 신나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쿡방(Cooking+방송)들을 보며 재연해 먹곤 했는데… 지금은 한숨만 나온다. 내가 너무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정말 할 여건이 안돼.

우선 풀옵션의 집에서 살다 보니 냉장고가 작아서 재료 넣을 공간이 협소해. 그리고 채소류는 조금만 파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다 먹기도 전에 냉장고에서 썩어버려 처치 곤란. 월남쌈을 위해 큰마음 먹고 산 소스들은 한 번 먹은 뒤부터 냉장고 구석에서 나올 생각도 안 하고 있지.

불규칙한 퇴근 시간도 문제야. 퇴근 뒤 몸이 천근만근이라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힘든 몸을 다시 일으켜 청소, 빨래 등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10시는 기본이지. 대체 매일 집에서 밥 해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한 거지? 

다행히 나만 편의점 도시락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봐.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편의점들이 27년 만에 바나나우유, 주류 등 기존 효자상품들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라섰대. 

특히 눈길이 가는 점은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연령층도 확대됐다는 거야. 지난 2월 CU '연령대별 편의점 도시락 이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20대, 30대 다음으로 50대가 20% 넘으며 3위를 차지했어. 그만큼 다양한 연령층이 도시락을 찾는다는 뜻이지.

이같이 도시락 이용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2000년 이후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야. 이와 맞물려 '혼밥(혼자 밥 먹기)'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면서 자발적 혼밥족이란 말까지 나왔지. 

이렇다 보니 정말 다양한 반찬의 한·중·일·양식 등 다양한 맛을 보장하는 상품이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어. 심지어 김치찌개나 콩나물국밥이 들어간 도시락도 있고 최근에는 호텔 셰프 출신 도시락 개발자의 노하우를 담은 도시락도 나왔지 뭐야. 나 같은 사람한텐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개인적으로 난 GS25는 '스팸구이&칠리소시지 도시락' 세븐일레븐은 '김치찌개 도시락' CU는 '백종원 우삼겹 정식'이 최고인 것 같아. 

참, 가끔 도시락 말고 자극적인 맛이 끌리는 날이 있는데 말이야. 그럴 때도 역시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 

우선 불닭볶음면+치즈+삼각김밥 조합은 한 입 먹는 순간 다 살로 갈 것 같지만, 중독적이어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조합이지. 불닭볶음면 컵라면을 어느 정도 다 먹은 뒤 편의점에서 파는 스트링치즈와 삼각김밥을 남은 양념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끝이야. 

또 최근 한 누리꾼이 직접 만들어 이름까지 붙인 '마크정식' 역시 엄청난 인기를구사하고 있지. CU자이언트 떡볶이+스파게티+소시지+뿌려먹는 치즈의 조합인데, 딱 봐도 맛있는 조합이지? 

달콤한 디저트도 해결할 수 있어. 편의점에서 파는 우유빙수에 오레오를 쪼개 뿌리면 카페에서 파는 오레오빙수 못지않지. 오늘 다들 편의점에서 맛있는 저녁부터 디저트까지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