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8.26 18:30:16
[프라임경제] 편의점 담배 POP(point of purchase: 구매시점광고) 광고액 배분을 둘러싼 소송에 롯데 계열 세븐일레븐이 적극 나서면서 눈길을 끈다. 더욱이 이 소송이 광고비를 좀 더 나눠주느냐, 편의점 본사가 더 많은 파이를 차지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있다.
사실상 가맹점들을 이용한 뒤 몫을 챙겨주는 데에는 인색하게 구는 세븐일레븐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순간, 가맹점들은 단순히 작은 몫에 만족해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금 부담 증가로까지 내몰린다는 것이다. 새로운 갑질 형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담배 광고, 액수는 영업비밀...가맹점들 대신 편의점 본사만 살쪄
담배 광고는 다양한 채널로 진행되기 어렵다. 효과 측면에서 잡지 광고 등보다는 편의점에서 담배 광고를 노출하는 이른바 POP 광고가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편의점 POP를 잡기 위해 담배 회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한국 담배시장 대표 브랜드인 KT&G가 5대 편의점 본사들과 연간계약을 체결해 POP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편의점 수만 해도 2만 곳을 상회한다고 하니 그 시장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에 따라 KT&G 등은 편의점 본사에 POP 광고에 따른 비용을 지급한다. 편의점 본사는 이렇게 받은 비용을 각 대리점 점주들에게 분배한다.
POP 광고는 광고물 유지비라는 특성을 갖는다. 담배를 파는 소매점으로 지정돼 있는 판매점 내 광고공간의 임대 및 광고물 유지를 목적으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가가 업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본사들도 담배 POP 광고 시장의 파이 중 일부를 어부지리로 챙기면서 배분 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주객이 전도돼 편의점 본사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의 일부 가맹점주들이 민사소송을 냈다. 이른바 담배광고비 정산금 사건. 편의점은 가맹사업약정에 따라 편의점 매출과 관련된 매출이익 배분율을 35 대 65로 정하고 있는데, 담배광고 수수료에 대해서는 세븐일레븐 본사(가맹본부)가 월 30만~40만원선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가맹본부가 담배 광고 수수료를 담배 회사로부터 얼마나 받는지를 영업비밀이라고 불문에 부치는 상황 때문이다.
가맹업주들의 논리는 35:65를 이 POP에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3월 소송에서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래상 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광고 수수료 규모를 밝히지 않은 점이 부당이득이 되거나 불법행위가 돼야 정산 의무가 발생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부는 "담배회사들로부터 지급받은 담배광고비는 가맹계약에 규정된 매출 총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담배의 POP 광고를 추진하는 사업 일감을 세븐일레븐 본사가 어떤 구조로 따와서 자기 가게(사업장) 내에 진행하는지 가맹점주는 내막을 시시콜콜하게 알 필요가 없다고 인정해준 셈이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 항소돼 사건이 계속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논리에 법원이 손을 들어줌으로써 '반항'에 나선 가맹점주들이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그간 제대로 광고 비용을 나눠받지 못했는데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낙담은 둘째치고, 이렇게 1심 법원이 일방적으로 세븐일레븐의 손을 들어준 논리를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뒤집지 못하면 또 다른 세금 폭탄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갈 것을, 괜히 문제 제기를 했다 멍에를 짊어지게 되는 사연은 부가가치세라는 개념 때문.
◆가맹점 제공받는 푼돈? 용역 제공 해석되면 세금 부담
앞서 말했듯, 가맹점주들은 자기 편의점 안에 담배 POP 광고를 설치할 경우 35 대 65 비율에 의한 배분을 받을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30만~40만원이라는 몫 자체가 크냐 작냐도 문제지만, 이렇게 편의점 본사가 선심을 쓰듯 30만~40만원의 몫만 주는 논리구조를 법원이 정당화해 줬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판결 논리는 양자 간 관계를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익 배분을 이같이 불투명하게 하는 것이 부당이득이 아니려면 사실 사치스럽게 '배분'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없는 관계가 된다.
간단히 말하면, 각 가맹점주가 세븐일레븐 본사가 자신들과 맺고 있는 프랜차이즈 건과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별개의 업무인 광고업무에 용역(서비스)을 제공하는 구조가 된다.
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즈고, 담배 POP면에서는 세븐일레븐 본사(가맹본부)가 알아서 유치해서 진행하는 광고사업에 단순 용역 제공자로 별개 참여하는 것.
문제는 이런 경우 돈을 주고받는 것이 복잡한 세금 문제를 낳는다는 데 있다. 지난 7월에 나온 코레일의 부가가치세 취소소송이 바로 이 이익분배 논리를 다룬 사안이었다.
연합뉴스는 광고사업 및 영상·정보사업을 수주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와 손잡고, KTX내 모니터, 액자 등 영상·정보시설을 이용해 광고사업 및 영상·정보사업을 수행했다. 이때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코레일에 제공했다.
이에 대해 대전세무서장은 코레일이 얻은 이익을 부가가치세 처분 대상으로 보고 세금을 매겼다.
이익 분배금의 성격이 문제였다. 코레일과 연합뉴스와 공동사업으로 광고사업 건을 유치해 수행한 결과 창출된 이윤을 분배한 것으로 보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연합뉴스 독자적으로 하는 사업에 코레일이 용역 역무 제공(서비스)를 한 뒤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면, 그 대가성 자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는 공동사업 진행으로 봐야 한다는 코레일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이를 인정치 않았다.
문제의 광고사업 및 영상·정보사업 건을 수행하면서 양자가 공동사업자 등록은 하지 않은 점이 우선 문제가 됐지만 그 외에도 세금계산서 발행 명의 문제, 철도공사와 연합뉴스 사이에 손실분배 비율을 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즉 코레일은 단순히 일을 도와주고 사업을 추진할 공간을 빌려주는 부수적 위치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런 코레일이 사업의 적극적이고 주도적 진행자인 연합뉴스 측에서 받는 돈은 별도로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세븐일레븐 사안 다툼 와중에서 POP 광고 수익의 분배 문제가 전체적으로 명쾌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 윤곽에서는 가맹사업에 따른 공동의 이익 분배 모델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1심 법원이) 보고 있음은 바로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구조가 판결 확정으로 앞으로 굳어지게 되면, 그간 주고받아온 월 30만~40만원 선의 POP 광고에 따른 비용에 대해서는 부가세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월 40만원 즉 연 480만원의 가욋돈을 얻었던 가맹업주가 이를 별개의 용역으로 인정받아 부가세 10%를 물어야 한다면 월 4만8000원(연 48만원) 부담을 지게 된다(신고불성실 가산세는 일단 제외).
◆한달 5만원가량 부담? 영세한 업주 많아 '세금폭탄' 느낌
업계는 점포당 편의점 가맹점주의 순이익을 월 250만원선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는 가맹점주가 매일 8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는 최저임금(시급 6030원)으로 아르바이트생 1명만 썼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결국 한해 50만원 가까운 세금을 더 내게 된 이들은 결국 연봉 2000 미만의 '사장님'들이라는 소리다. 세븐일레븐 본사와 이런 계약을 한 기간이 길수록 물어낼 세금 부담은 더 커진다.
그리고 이는 POP 수입은 프랜차이즈에 포함된 총매출로 볼 수 없다며 임의 비율로 떼어주는 데 만족하라는 세븐일레븐측의 강변이 관철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10조원에 이르는 국내담배 시장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 편의점 담배 POP 광고가 필요하다고 볼 때 하나의 홍보수단에 불과한 이 영역에서 편의점 본사가 주로 이익을 차지하고 막상 광고를 내거는 편의점 개별 가맹점주는 세금 부담만 지게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건강 문제라는 피해 외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애써 모른 척하면서 세븐일레븐이 이런 구조를 계속 안고 갈지, 또 소송에서 이 같은 태도를 밀고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