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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8.26 17: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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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관심이 쏠리는 TV 광고가 하나 있다. 익숙한 멜로디의 배경음악에 슬로우로 표현된 듯한 화면. 맨 처음 이 광고를 접했을 때는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알아채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모두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KCC건설의 아파트 스위첸 광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광고는 지금까지 봤던 아파트 광고와는 분명 차별점이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 광고는 해당 아파트의 안락함과 여유로움, 편리함과 품격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KCC건설은 광고를 통해 실제 아파트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기주의'와 '갑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해당 광고는 △미관상의 이유로 화물차량 보이지 않는 뒤편에 주차 강요 △엘리베이터 내부가 긁힌다는 이유로 휠체어 진입 저지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통행 금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애완견 성대수술 강제 △외부차량이 단지 내 주차 시 족쇄 채움 △택배기사와 배달원들의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아파트 놀이터는 거주 어린이만 이용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광고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내용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는 우리에게 묻는다. '사람은 변하고, 나도 변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렇게 변하는 게 옳은 거냐'고.

일각에서는 기자의 생각과 다르게 광고를 해석하기도 한다. 광고 속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뜻이 반성해보자는 의미보다는 "우린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희는?"이라고 묻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지적이다.   

가능한 해석이다. 광고 안에서는 아파트 측의 '갑질' 혹은 '이기주의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광고의 어떤 점을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시청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KCC건설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당 광고의 메이킹 영상을 통해 KCC건설의 광고제작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는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있더군요.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건설회사 광고로 너무 센 건 아닐까. 거짓말 같은 세상에 묻고 싶었습니다. 변한 건 세상일까, 사람일까, 같이 고민해보자고.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이 물음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답이 무엇이든 집의 가치만은 변함이 없기를…."

이 광고를 통해 사람들을 강제로 반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해석을 한 시청자들이 많다면 광고를 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KCC건설의 뜻이 광고로 표출됐다고 하더라도 집단 이기주의와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건설사가 짓지만 그 아파트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그곳에 사는 입주민들이기 때문이다.

나만 행복한 집에서 살 것인가,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집에서 살 것인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몫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