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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봇만 잘 하면 스타트업 성공신화, 꿈 아니다

남상협 버즈니 대표 기자  2016.08.26 1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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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통계청의 '연도별 기업 생존율'에 따르면 스타트업 10곳 중 7곳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스타트업은 창업 후 자금난이나 서비스의 경쟁력 약화로 힘든 시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 2007년 포항공대의 작은 보일러실에서 시작한 버즈니도 자금난을 비롯해 9년 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많았다.

주변에서 가끔 오랫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묻는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적절한 시점에 이뤄진 '피봇(Pivot)'에 있다고 생각한다. 피봇은 서비스의 정체성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을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9년 동안 버즈니를 운영하며 여러 번 피봇을 진행했다. 버즈니의 사업 초기 아이템이었던 블로그 검색 서비스를 시작으로 △버즈니 영화 가이드 △버즈니 맛집 가이드 △모바일 게임 추천 앱 게임콕콕을 거쳐 지금의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가 탄생하기까지 크게 4번의 피봇이 필요했다.

피봇이 필요했던 시점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다. 이용자 유치에 실패했거나 이용자 유치는 성공했지만 수익화에 실패한 경우다. 스타트업 여건상 넉넉하지 않은 자본 때문에 무리하게 서비스를 지속하기보다 가능성 있는 서비스로 재빨리 바꾸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피봇을 진행하면서 분명한 원칙은 있었다. 첫째는 우리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사업 아이템 선정이다. 영화, 맛집, 게임 등 지난 서비스와 지금의 홈쇼핑모아까지 론칭했던 서비스 모두 버즈니의 핵심 기술인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핵심 기술에 뿌리를 두고 피봇을 진행한 것이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줄이고 핵심 기술도 지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피봇이었다. 버즈니는 회사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데이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피봇도 마찬가지다. 운영 중인 서비스의 다양한 지표를 매일 체크한다. 해당 서비스가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어느 정도 올라올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지금까지 진행한 피봇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해당 서비스의 지표를 보며 피봇을 판단했고, 신규 서비스를 준비했다. 그 후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두 서비스의 지표를 체크했다. 데이터는 어느 서비스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지를 알려줬다.

그렇게 버즈니는 검색, 영화, 맛집,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론칭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피봇을 거치며 우리의 검색 기술은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서비스가 현재 버즈니의 대표 서비스인 국내 최대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다.

각 스타트업의 초기 사업 아이템이 대박 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홈쇼핑모아도 버즈니가 끊임없이 피봇을 진행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IT기술과 시장 변화는 스타트업에게 보다 빠르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어느 스타트업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은 분명 찾아온다. 그러므로 시장이나 기술의 변화에도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한다.

회사의 핵심 기술을 키워나가면서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피봇을 진행하면 앞으로 찾아올 그 어떤 위기도 얼마든지 큰 기회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상협 버즈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