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 기자 기자 2016.08.26 14:18:14
[프라임경제] 행정기관의 변덕으로 30여 년간 지켜온 보금자리와 생존권을 동시에 빼앗긴 소상공인들이 있습니다.
지난 18일 마포구청은 오전 6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 굴레방다리 인근에 위치한 '아현동 포차거리'를 강제철거 했는데요. 이날 작업에는 구청직원 및 용역직원 200여명과 경찰 70여명, 포크레인·집계차가 3대씩 동원됐습니다.
강제철거에 동원된 용역들과 상인들이 뒤섞이며 이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상인들이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이날 철거 과정은 불법시설물을 행정집행(강제철거)했다 하더라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지만, 황당하게도 이곳은 불법시설물과는 거리가 멉니다.
1990년대 초까지 쓰레기 적치장이었던 이곳은 1992년 난지도에 쓰레기 집하장이 생기면서 아현동 일대에 리어카를 끌며 장사하던 상인들이 자리잡게 된 것인데요. 당시 마포구는 다른 곳에 있던 노점상들에게 요구까지 하면서 일대 장사를 허용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상인들은 도로사용에 대한 대가로 점포 면적에 따라 매년 구청에 사용료도 지불했는데요. 이런 이유에서 아현동 포차거리(아현포차)는 30여 년간 문제없이 유지돼왔던 것이죠.
하지만 2014년 재개발 준공으로 아현포차 인근에 입주한 3800여 세대 주민들이 통행안전 및 교육환경에 유해한 시설물 등 미관상의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자 마포구청은 자진퇴거 통보로 입장을 선회합니다.
이후 마포구청은 올해 1월과 6월 아현포차 상인들에게 자진철거 명령을 두 차례 더 통보했는데요. 결정적인 강제철거 결정은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아파트 주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마포구청의 포퓰리즘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당시 20대 총선 서울 마포구 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아현포차 인근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공약에는 '아현포차 철거 확정(6월)'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같은 공약에 노 의원은 아파트 주민들의 표를 얻었고, 공약은 지켜졌습니다. 그로 인해 아현포차는 강제 철거됐죠.
강압적인 철거 외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과거처럼 리어카를 끌어다 장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던 걸까요. 현재 철거된 아현포차 공터에는 성인 남성 둘이서도 옮기기 힘들어 보이는 큰 화분들이 '단호하게' 놓여져 있습니다.
또한 포차 철거 이후 매일 밤 10시, 포장마차 복구를 염원하는 '아현포차 촛불문화제' 진행에도 방해가 되고 있죠.
그럼에도 현재 구청은 2015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자진폐업기간으로 계속해서 통보를 했고, 규정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진 철거였다고 해명할 뿐입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철거가 추진됐다고는 하지만 행정집행 과정에서 상인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대책도 없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