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임직원 모두가 '고객' 입장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참신한 생각이 경영에 반영돼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주인이 돼 스스로 이끌고 만들어가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자."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임직원을 한데 모은 자리에서 강조한 말이다. 고객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올해는 심경에 변화가 조금 생긴 듯하다.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는 LG전자가 고객을 버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신 분야를 개척·도전을 선택했다.
성공할 것이라는 자만이 앞섰던 것일까? LG전자는 실패에 대한 대안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분명 모듈형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LG전자일진데 말이다. 모듈은 한 분야에서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주지만, 모듈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구매할 여건이 안된다면 '말짱 도루묵' 이라는 것.
결과론적으로 G5는 초기 물량조절 실패와 하드웨어적 결함 등으로 실패했다. 실패 리스크는 기업이 가져가야 한다. 이에 LG전자는 구매해준 G5 고객을 위해 모듈 생태계를 구축했어야 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리스크를 고객에 전가했다. 분명 모듈형 스마트폰을 샀는데 적용할 모듈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 것. 이에 반발이 거세지자 LG전자는 지난 5월 모듈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5만원가량의 저가 모듈을 포함해 100개가량 모듈을 출시해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고객에 희망고문을 했다.
하지만 아직 모듈 출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LG전자 측은 아직 올해가 지나지 않았으니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LG전자가 실패를 딛고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모듈형 스마트폰 G6를 준비하고 있기에 G5를 위한 모듈을 생산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G5로 1500억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한 MC사업부이기에 몇 안되는(?) G5 고객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모듈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다. 증거는 대략 세 가지 정도다.
첫째, 모듈형 제1호 제품이다 보니 하드웨어적 결함이 다수 발견돼 디자인 변경이 불가피하다. 디자인이 변경되도 G5와 호환이 된다면 문제될 것 없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출시 초 공개했던 가정용 폐쇄회로(CC)TV '롤링봇'과 무인항공기(드론)를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롤러'는 다소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아직 출시하지 않았다.
셋째, LG전자는 프렌즈 공모전을 열고 점자, 물리키, 게임패드, 스마트키 모듈 등 신선한 아이템을 발굴했지만, 지금껏 출시하지 않았다. 특히 물리키 모듈은 LG전자 소비자 불만 최상위에 랭크된 소프트키 단점을 해결해줄 수 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다음 달 출시하는 V20 티저 이미지에 '듣다. 보다. 그 이상'이라는 카피를 사용하면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문이다. LG전자 무선사업부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덕후들만 식별할 수 있을(?) 멀티미디어 카드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업계는 하반기 플래그십 대전 승패를 가릴 때 LG전자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추세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기자는 모듈형 스마트폰 G6가 그 해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라면 곤란하다. 고객을 버린 기업에 희망은 없기 때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LG전자는 G5 고객이 다양한 모듈을 사용해보고 모듈형 스마트폰의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생태계 구축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LG의 현재는 고객이 만들어준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