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8.25 12:15:24
[프라임경제] 검찰 고위층이 몸소 나서 기자들에게 "비자금이 아닌 다른 사건이라 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다른 사건들은 어떻게 가치있게 처리될까?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7부 능선' 상황 속에서 오너 일가 비자금 외의 다른 사건 처리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롯데홈쇼핑 방송인허가 과정 의혹 △신격호 총괄회장의 6000억원대 탈세 지시 논란 △오너 일가의 부동산 관련 부당거래 등 여러 줄기로 나눠 진행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중 백미는 그룹 최상위층의 비자금 존재 가능성과 흑막에 대한 완전 규명 여부라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창업주 이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고 강고해진 게 아니냐는 신동빈시대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관심과 그 규명 요청 또한 높다.
이같이 미묘한 시기에 이번에 한 검찰 간부가 "비자금이 아닌 다른 사건이라 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 것. 그는 "(대규모 비자금의 풀(pool)이 발견되는 것은) 반드시 대기업 수사의 전형은 아니다"라며 "대주주의 회사운영 과정에서의 전횡, 기업운영에서의 일탈·탈법 등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중에서 탈세나 배임이 나와 수사를 하고 있고 일부 횡령 혐의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경영상 무리수를 둬 회사에 부담을 주고 손실을 끼치는 것이 배임이고 이렇게 조성된 돈을 횡령으로 처벌하는 것으로만 보통 알고 있는 시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벌 수사에서 사실 비자금은 가장 공분을 사는 요소, 사회정의 차원에서 관심과 성원을 크게 받는 그 자체다. 그런데 그외의 부분에 해당하는 횡령이나 배임 이슈도 존재하는 게 또한 사실이다.
의혹의 존재와 실질적으로 오너 일가 등 그룹 최상위층이 일으킨 문제를 처벌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선 롯데 수사 중에 논의되는 배임 이슈들을 보면 면면이 화려하기는 하다.
손해가 컸던 각종 해외 M&A 프로젝트가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하지만 횡령 등 다른 범죄 혐의가 나오지 않는 한 단순한 투자 실패라고 방어막을 치는 경우가 문제다.
이런 사안에 대해 검찰이 배임 혐의에 대한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해 유독 애착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번 롯데 수사를 불러들인 가문의 내홍 즉 형제 간 갈등도 롯데 중국 투자 손실이 빌미가 됐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글로벌 경영 능력을 중국 사업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통해 후계자 자리에서 정당성을 확보해 아예 형(동주씨)과의 그룹 몫 배분 이슈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더 나아가 한일 양국에 걸친 롯데 왕국을 오롯히 자기 몫으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판단이론 등에 따르면 중국 손실을 방어하지 못한 것 자체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손실 와중에 비자금을 만들었다든지, 혹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손실이 예측되는 일을 벌였다는 것을 규명해야 처벌감이 확실히 된다.
결국 이런 대형 차이나 리스크 지경에 이른 배경에 비자금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그림이 확실히 달라지는 셈이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더 나아가 비자금 수사가 사실상 전방위로 대대적으로 진행돼온 롯데 수사 전반을 좌우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따라서 7부 능선 국면이라는 전반적 평가에서, 비자금의 거대한 풀(저수지)을 발견하는 것만이 기업 수사의 중요 이슈가 아니라는 발언은 그 자체로는 옳으면서도, 다른 배임과 횡령 건 전반에 중요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면 묘하게 오해를 유발할 위험성이 있는, 아쉬움이 있는 '전문가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또다른 문제제기가 그래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롯데그룹 임직원 사이에 선진국형 기업 마인드가 작동할 이슈로 이번 수사에서 나오는 각종 정황을 살려야 한다는 것.
비자금이나 단순 배임 의혹 그 자체와 처벌 가능성 등 논점에 매몰되지 말고, 가족들의 특혜 여부 등 여타 재벌에 비해서도 한 단계 아랫 수준이라고 평가되는 현재의 롯데 기업 문화가 가능했던 시스템 전반에 수술을 가하도록 외부적 감시와 내부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롯데 수사가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이면서도 일본 기업인 롯데의 묘한 위상과 복잡한 지분 구조상, 부당한 운영에 대한 제동에 내부 반발이 갖는 의미가 크다. 이런 점을 위해서도 비자금 의혹에 대한 명확하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비자금 외의 다른 배임이나 횡령도 중요하다는 점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