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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74" 그해 식품·제약업계서 무슨 일이?

40년 넘도록 소비자 사랑받은 비결 '꾸준한 제품 개선'

하영인·백유진 기자 기자  2016.08.25 09: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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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오리온 초코파이와 광동 우황청심원의 공통점은 네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각 기업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둘째, 대중과 거리가 가까운 소비자형 제품이다. 셋째,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넷째, 제품의 출시연도가 '1974년'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74년은 대학과 교회를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시기이면서 '새마을운동'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했던 때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농어촌 새마을운동을 시발점으로 1974년 도시 새마을운동으로 확장, 전개됐다.

이에 식품·제약업계는 앞다퉈 기존에 선보이지 못했던 다양한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한 가지 분야에서도 여러 제품이 쏟아지는 지금과는 달리 성장 초기였던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회'였다. 

그 결과 1974년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를 비롯해 △빙그레 투게더 △동서식품 프리마 △해태제과 누가바, 제약업계에서는 △광동제약 우황청심원 △녹십자 백초 △대웅제약 우루사 연질캡슐 △성광제약 성광관장약 등이 출시됐다.

이들은 모두 수많은 변화를 반복해오며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롱런 히트(Long-run Hit)'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1974년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장수 원인을 조명해본다.

◆42년 장수 식품 노하우? "고객 중심의 변화가 핵심"

1970년대의 과자는 곡물을 부풀린 뻥튀기나 단순한 형태로 튀겨낸 것이 전부였다. 

마시멜로·파이·초콜릿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획기적인 과자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면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국내 첫 정통아이스크림인 '투게더'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우리나라 아이스크림 시장은 설탕물에 색소를 섞어낸 일명 '께끼'가 주를 이뤘다. 1972년도부터 우유제조업을 하고 있던 빙그레는 미국의 아이스크림을 능가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자 독자적인 기술 연구를 거듭했다. 

기술제휴업체였던 퍼모스트 멕킨슨사와의 협조가 무산돼 시기는 늦어졌지만, 개발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투게더를 탄생시켰다. 

10원짜리 께끼에 익숙했던 일반 국민에게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한 빙그레의 투게더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투게더는 출시 이후 연매출 약 300억원, 누적판매량 2억2000만개를 돌파하며 떠먹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최근에는 42년 만에 1인가구를 타깃으로 저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커피프리머의 고유명사로 거듭난 동서식품의 '프리마'도 1974년 처음 탄생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 파우더 타입의 크리머(크림)가 개발되지 않아 업소 대부분 연유나 우유를 농축한 액상 크림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동서식품은 야자유를 주원료로 한 파우더 타입의 순식물성 커피 크림을 제조했다. 기존 액상 크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간편한 데다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에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프리마는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한 순수 한국산 제품이라는 의미와 함께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1974년 국내 최초로 누가(Nougat)초코를 제품 겉면에 코팅한 '누가바'와 국내 첫 비스킷인 '에이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누가바의 경우 전영록과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에이스 롱런의 비결로 '고객중심의 꾸준한 변화'를 꼽았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비스킷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부서지거나 가루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고 취식 중 남은 제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쉼표 스티커를 도입하는 등 세심하게 리뉴얼해왔다. 

이외에도 그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농심 라면 등이 출시된 바 있다. 

◆제약, 활용 범위 점차 확산…가정상비약 자리매김

1970년대 지속적인 경제성장 추세에도 제약업계 내 한방의학은 상대적으로 저성장 추이를 보였다. 한방보다 즉각적인 약효가 나타나는 양방을 고객들이 선호했기 때문. 

이에 광동제약은 한방 의약품 개발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고 1974년 '거북표 원방 우황청심원'을 출시, 40년도 넘게 사랑받고 있다. 

광동 우황청심원은 발매 초기 중장년층의 고혈압·중풍 치료제로 사용되거나 혼절 시 응급약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활용 범위가 넓어져 △운동능력 마비 △언어장애 등을 동반하는 뇌졸중 △고혈압 등 순환계 질환 △두근거림 △정신불안을 비롯해 다양한 증상에 적용되는 추세다.

광동제약 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광동 우황청심원 매출은 136억원에서 282억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청심원시장에서 광동 우황청심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증가해 2008년 약 38.4%에서 지난해 72.7%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녹십자의 백초 역시 1974년 출시된 이후 40년이 넘도록 어린이 소화정장제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녹십자는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체질과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감초와 계피 등으로 이뤄진 순수 생약성분의 '소아 전문 한방 소화정장제'를 개발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는 소아 전문 한방 소화정장제가 없었다. 

이후 녹십자는 2011년 제품 성분을 업그레이드한 '백초 플러스'를 재출시해 백초의 명성을 잇고 있다. 

기존 제품과 성분·함량을 유지하되 감미제(甘味劑)를 일반 과당에서 자일리톨로 변경해 충치 예방에도 효과적이며 청량감이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우루사의 경우에는 1974년 기존에 판매되던 우루사를 연질캡슐로 재출 시, 1억원의 판매실적을 냈다. 

1961년 선보인 우루사는 곰의 쓸개를 압축해 알약으로 만들어낸 정제 특성상 입에 넣으면 쓰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웅제약은 이를 보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쓴맛을 줄일 수 있는 연질캡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우루사는 1985년 127억원, 1990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대웅제약은 올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전문의약품 7%, 일반의약품은 18% 신장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제품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타사 제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 2012년 제약업계 최초로 우루사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되는 등 대표적인 간기능개선제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