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 비리를 살피는 검찰이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꼬리를 잡고 수사 중이다.
24일 검찰은 롯데건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 중 확보한 USB에서 300억원대 비자금 내역이 담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자금 중 일부가 그룹 정책본부로 흘러간 정황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에서 이 같은 수상한 자금 정황이 나오면서 여러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조성과 관리의 정교성이다. 롯데건설은 2002년부터 10년 동안 20개 안팎의 업체를 통해 해마다 3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주고, 이를 몰래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건설사 비리의 기본적인 형식이다. 과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99.4%가 하도급에 의한 분업을 시행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이 2단계까지만 하도급을 허용하고 있지만 3단계 이상의 불법하도급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정의 연쇄고리가 조성될 여지가 큰 게 한국 건설계의 상황이다.
즉 대형건설사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갑을관계, 다단계 시공을 맡기며 인건비와 자재비를 횡령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기 쉬운 구조 등이 복합작용해 건설업계가 비자금 생산공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방식이 단순한 것이지, 이를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과거 롯데건설은 세무조사를 통해 자금흐름 전반이 당국의 검토를 받은 적도 있다. 지난 2010년 10월 벌어진 롯데건설 세무조사는 특별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나섰다. 이때 세무조사를 거쳐 롯데건설에 약 800억원대 추징금이 부과됐다.
조사 4국은 일반적인 탈세 조사 창구가 아니라 그룹 오너 비자금 의혹 등을 중점 점검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세청은 당시 세무조사에서 롯데건설로부터 롯데쇼핑 정책본부로 흘러들어간 자금 흐름에 주목, 집중 조사했다는 전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성과가 마땅치 않았다.
거액의 자금이 수년간 정책본부에 '인건비' 형태로 흘러갔지만, 이에 대한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는 못한 것. 자금의 최종 종착지를 일본 롯데그룹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다는 점은 롯데 오너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점검이 만만찮은 과제였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나 이번에 비자금 문제가 다시 불거짐으로써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핵심 보위조직인 정책본부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명분과 통로가 확보될지 주목된다.
2003년 삼성 비자금 특검도 일선 계열사에서 그룹 옛 구조조정본부에 자금이 흘러들어가 비자금으로 조성, 관리된 정황을 통해 수사를 본격 진행한 바 있다. 구조본이 조성 재산 증식과 지배권 확보 등에 개입한 것이 드러났던 것처럼 롯데건설 비자금도 다각도 조명을 통해 중요 키워드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과거 여러 검증 노력에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전방위 수사로 쉽지 않은 길을 뚫어야 된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수사 성과를 얻는 과정의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