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은 조조의 백만대군을 크게 격파한다. 무기도 군량미도 적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뛰어난 전술을 펴서 대승을 거두는데, 특히 빈 배를 보내 조조 군으로부터 십만개의 화살을 거두는 장면은 이 전투의 백미다.
이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무중유생(無中有生)이다. 그렇다. 전남은 가진 게 별로 없다. 일자리도 부족하고, 제조업 기반도 허약하고,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남'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문화' '예술' '청정지역'과 함께 '낙후지역' '노인' '섬' '벽지'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전남이 이번에 일을 냈다. 올해 '전국 지방자치 일자리 대상'에서 1등을 했고, 8년 연속 '노사상생 협력 우수 자치단체상'을 받았다. 의외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사실 우리 지역 사람들도 이런 수상 내용을 잘 모르며, 알았다 해도 '우리 전남이?'라고 반문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은 익히 알고 있듯이 노인 인구 비율은 높고 지방자치단체 재정은 낮은 매우 비생산적 구조를 가졌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줄기만 하던 인구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시골에 하나 둘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런 신통방통한 일이 저절로 벌어졌을까?
아니다. 노·사·민·정의 합심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청년이 돌아오는 땅'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자리 정책실'을 신설했다. 부서별로 일자리 목표 관리제를 운영하고, 매주 현장을 방문 점검하며 갖은 노력을 다했다.
젊은이들을 끌어안기 위해 시골까지 의사를 배치하는 등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펼쳤다.
이뿐인가. 노사민정협의회가 주축이 돼 투자 유치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안정된 노사관계 조성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작년 한해에만 1만5000명의 고용이 증가하면서 17년 만에 제조업 고용인원 10만명을 회복했으니 과연 대상을 받을 만하다.
전남하면 의례 붙어다니는 수식어가 농도(農道)였는데 이제는 농수축산, 제조, 관광, 서비스업까지 종합 병진(竝進)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자리 평가에서 전남이 대상을 받은 것은 통계상의 수치도 좋았지만 그와 더불어 '없는 형편'에서도 뭔가 해 보겠다는 열정과 노력이 너무나 절절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하겠다는데, 한번 해보겠다는데 누가 외면하겠는가!
전남은 지금 변하고 있다. 그 뒤엔 이 여름보다 더 뜨거운 노·사·민·정의 땀방울이 있다.
신광교 전남노사민정협의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