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젊음과 낭만의 거리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M오피스텔에 이른바 '유령 관리인'이 나타났다. 오피스텔의 소유주도, 임차인도, 실 거주자도 아닌 A씨가 스스로 관리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 이 오피스텔 관리인은 B씨로 2007년부터 M오피스텔을 관리해왔으나 2011년 관리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일부 소유주들에 의해 관리 부실이 드러난 상태였다.
M오피스텔에 유령 관리인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오피스텔이 집합건물이라는 데 있다. 집합건물은 오피스, 아파트형 공장, 오피스텔, 아파트 연립주택, 다가구주택처럼 소유자가 여러 명인 상가나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여기서 공동주택은 건축법상 건물의 용도를 기준 삼은 개념으로 크게 주택 5층 이상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 등이다.
◆집합건물 관리인·소유주·임차인 간 분쟁 민원 증가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은 구분소유를 전제해 집합건물에 해당되지만 집합건물은 공동주택이 아닌 경우도 있다. 업무시설 또는 근린생활시설 등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
공동주택은 건축법, 집합건물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모법으로 하나 관리감독 권한이 행정청에 있지 않고 '사적자치'를 원칙으로 해 관리인, 소유주, 임차인 간 분쟁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M오피스텔의 문제를 더 들여다보면 오피스텔이 집합건물이어서 사공이 많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M오피스텔 소유주들 말을 빌리면 자동이체가 이뤄지던 전기, 수도, 가스요금 등이 연체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전에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는 공문까지 받게 됐다. 공과금은 지난 4월까지 연체를 거듭했고,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올해 1월 밀린 세금과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증명을 B씨에게 보냈다.
B씨는 자신이 관리한 내역을 공개하려면 이전 관리인의 관리 내역도 공개하라고 으름장을 놨으나 이전 관리인인 C씨 역시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당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관리인직을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일부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현 관리인이나 전 관리인이나 내역 공개를 꺼리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지난 것은 우리가 제대로 관리 내역을 따지지 않은 탓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지금이라도 뜻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관리인, 관리소장 임명 과정과 관리비 사용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박이 가해지자 무슨 영문인지 B씨 대신 A씨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자신이 관리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리하면 관리인도 돌려막기?
A씨의 관리인 행세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데는 홍대 인근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위치도 한몫했다.
홍대 앞 거리는 국적을 초월한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한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공항철도 2단계 구간(김포공항역~서울역)이 개통되면서 홍대입구역을 지나게 되자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욱 늘었다.
공항철도 개통 덕에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홍대를 관광 거점으로 삼고 하루 이틀 머무는 관광객들이 증가해 지하철역 인근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역과 인접할수록 손님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최근 이 같은 특수를 노려 홍대 인근 일부 오피스텔에서는 불법 게스트하우스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M오피스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불법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하던 일부 소유주들은 이 같은 불법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A씨의 제안에 응했다. 또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막기 위한 위임장을 받아오면 게스트하우스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에 일부 소유주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비대위 소속 소유주들의 설명이다.
비대위 측은 "인근 오피스텔은 불법 게스트하우스를 근절하고 소유주와 임차인을 위한 관리인을 임명하고 투명한 관리를 시작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M오피스텔은 호실별로 관리비도 다르고 특정인만 특혜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불공평한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합건물 관리인의 능력부재, 횡령 등의 문제는 비일비재한 일인 만큼 A씨 같은 전문 '관리꾼'이 등장했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 관리인과의 계약을 통해 약속한 금액이나 현물을 받고 오피스텔 소유주들과의 마찰을 '어떻게 해서든' 잠잠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나아가 기존 관리인의 횡령 등 악행이 드러날 경우 이를 덮어쓰고 감옥에 대신 가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는 전언이다.
◆집합건물법률 개정안 시행 '시급'
일각에서는 결국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강제성이 없는 법률 탓에 집합건물에 사공만 늘어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역시 "집합건물에도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관리 사각지대인 집합건물과 소규모 공동주택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이런 지적에 힘을 보탰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일명 '상가, 오피스텔 관리비 절감 법안'으로 최근 상가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불투명한 관리비 운용과 관련해 분쟁이 끊이지 않고, 동일 면적의 아파트와 비교해 관리비가 2배 이상 부과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추진됐다.
현행법에는 집합건물의 관리비와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독하는 규정이 없어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관리비 운영에 대한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관리비로 인한 입주자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일정 금액 이상 공사용역 계약 체결 경우 경쟁입찰 의무화 △구분소유권수 50인 이상의 집합건물 장기수선계획수립 의무화 △장기수선충당금 징수적립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구분소유권수 150인 이상 집합건물에 대해 주택관리사에 의한 관리 의무화 △모든 거래행위에 대한 회계장부 작성 및 보관 의무화 △구분소유권수 150인 이상인 경우 연 1회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등도 포함된다.
이 의원은 "이번 개정안으로 상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입주한 상인과 실거주자들에게 부당하게 부과되던 거품 관리비를 낮춰,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관리비 운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물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주택관리사의 의무 관리를 법제화함으로써 입주민들이 보다 좋은 서비스와 안전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첨언했다.
한편 공동주택관리의 전문성, 투명성, 효율성 강화를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이 지난 12일 시행됐지만 이 역시 집합건물 관리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2의 M오피스텔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집합건물 관련법 일부 개정안' 시행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