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말부터 슈퍼마켓의 주류 배달이 허용되고 치킨·중국집 등 배달음식점에서도 음식과 주류를 함께 배달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생활 편의를 위해 배달이 이뤄졌지만 불법의 족쇄를 차고 있던 것이 풀린 것이다. '주류의 양도·양도방법, 상대방 및 기타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등 주류 판매 규정에 대한 현실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물론 생활 현실과 동떨어지고 시민 편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가 풀린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규제 대못뽑기가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한다면 그건 별개의 이야기다. 바로 청소년 음주 문제다.
슈퍼마켓은 일단 대면판매를 한 주류, 즉 직접 가게에 와서 주문한 물품을 배달하기 때문에 청소년 음주 문제에서 그나마 비껴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의 경우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게임에서 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블랙홀'이라는 명칭이 딱 맞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배달 앱 서비스 업체의 소비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문제 상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결과 7개 업체 중 이용 약관에 '미성년자 이용 제한 조항'이 있는 업체는 3곳이었으나, 이들조차 막상 실제 미성년자의 주류 포함 주문과 배달이 이뤄지는 데 큰 제약이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음식점이나 배달대행업체의 이런 판매 행각을 몰아세우기에도 안타까운 구석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불감증 중 일부는 분명 경기가 얼어붙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점 외에도, 앱을 통해 음식을 시키는 경우 음식점과 배달대행업체로 단계별 개입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서로 책임을 나몰라라 하기 편하다는 데 뿌리내리고 있다.
주류를 포함해 음식을 배달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지, 일반음식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주류를 제공할 경우 식품위생법 제44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는 또 다른 조건까지 무력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업계에서 각성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배달 앱 주문을 할 때 주류를 포함시켜 주문하는 경우에 한정해 현금 결제를 불가능하게 하고 성인 명의의 신용카드로만 결제를 하게 한다든지, 인수받는 사람의 성인인증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최소한의 방어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지만,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때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또 개인정보보호와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마련하는 게 꼭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