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올 여름 계속되는 폭염 탓인지 생수 시장이 규모만 해도 7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활개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생수 시장을 19세기(추정) 당시 예측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대동강 물장사'로 유명한 평양 출신 '사기꾼' 봉이 김선달이다.
대동강에 나가 물을 길어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준 김선달은 다음 날 아침 "물값을 주시오"라며 뿌려 놓은 밑천을 다시 걷는다. 외지에서 온 한 부자가 이를 보고 욕심이 생겨 김선달에게 대동강 물을 팔 권리를 구매한다. 그 다음 날 부자는 물을 긷는 사람에게 물값을 요구하지만, 아무도 내지 않자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 이 같은 '김선달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봉이 김선달'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천재적 지략과 뻔뻔함, 두둑한 배포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천재 사기꾼' 김선달(유승호)은 △위장 전문 보원(고창석) △복채 강탈 전문 윤보살(라미란) △사기 꿈나무 견이(시우민)과 함께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을 벌이며 '최고 사기패'로 명성을 떨친다.
늘 인생 최고의 판을 기다리던 이들 김선달 패는 당시 고가에 거래되던 '담파고(담배) 탈취'에 성공해 금의환향할 채비를 서두른다. 하지만 이내 곧 막내 견이가 장물아비의 배신으로 담파고 배후에 있던 '최고 권력가' 성대련(조재현)에게 죽음을 맞이한다.
김선달 패들은 대동강을 미끼로 성대련에게 복수극을 준비한다. 성대련은 주인이 없는 대동강 안에 어마어마한 금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사기행각을 벌인 김선달에 의해 돈 욕심이 더욱 커지면서 수렁으로 빠진다.
물론 영화는 원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말'로 인해 흥행에 실패했지만, 왜란·호란 이후 황폐해진 조선과 몰염치한 관리 모습을 녹여내 시대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에도 '물장사' 수준의 '취업장사'를 한국GM 노조가 벌여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GM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챙긴 전 노조 대의원을 포함한 사내 브로커 5명이 구속 기소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GM 사내 브로커들이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발탁채용 과정에서 채용 희망자로부터 뒷돈을 받은 '근로기준법 위반 및 배임증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취업 청탁 명목으로 받은 돈은 무려 7억원에 달하며, 친분관계에 따라 1명당 2000만~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한국GM은 매년 발생하는 퇴직자 공백을 위해 노조가 관행적으로 도급업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추천하는 '발탁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간부와 회사 임원들이 해당 제도를 이용해 지인 등을 비정규직으로 취업시킨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다행히 올해 초 부임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어떤 불법행위나 관행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봉이 김선달' 속 물장사는 부패한 관리들에게 철퇴를 내린 일종의 의적 행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한국GM '취업장사'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GM은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이며,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
한국GM은 이같이 곪은 상처를 도려내지 않고 숨긴다면 이후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다. 반면, 강력한 대응을 통해 부조리를 털어낼 수 있다면 회사 내부적으로 전임 사장들이 못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