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을 검찰이 15일에 소환조사해 그룹 수사 상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휴일에 비공식 소환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 것이 17일 저녁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사 방향 등을 가늠해 볼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소 단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197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롯데쇼핑 이사 등을 거치며 30여년을 해당 부문에 종사해온 '유통업의 산 증인'이다. 롯데미도파 대표이사와 롯데슈퍼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낸 뒤 롯데슈퍼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이런 이력은 가신으로서의 중요성 외에도 사실상 일본이라는 벽에 부딪힌 롯데 수사에서 큰 물꼬를 틀 수 있는 촉매가 될지 두루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미 롯데케미칼 비자금 조성 의혹을 캐기 위해 일본 롯데물산의 지배구조와 이익 처분 관련 회계자료 등의 파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이를 위해 일본과의 형사사법공조를 지난달 초부터 서둘러 추진해왔다. 하지만 일본 당국이 이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 실세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대표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6월 초 돌연 일본으로 출국해 버리는 등 비자금 관련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 단장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것. 그 자신이 핵심 측근으로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부자의 각종 비자금 의혹에 일정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아울러 코리아세븐 대표 시절에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과도하게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의혹 역시 허투루 볼 문제가 아니다. 롯데피에스넷은 최근 4년간 총 36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여기에는 롯데닷컴과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이 참여했다.
개별 사안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 무리한 유상증자 와중에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 입증해 낸다면,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에 모멘텀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실상 양국에 걸친 특이한 구조의 롯데를 상대하면서 국내 수사로만 검찰이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가 제한된다고 할 때, 그가 갖는 의미는 더더욱 큰 셈이다. 다만 그에 대한 검찰의 준비가 신중함에만 기인한 것인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된다. 소 단장에 대한 그물치기 작업 역시 일정한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니냐는 것.
그가 곧 소환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달 초중반부터 나왔으나, 한 달여를 끌었다.
아울러 검찰은 이미 2일 롯데그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을 불러 신 회장의 해외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채 사장의 검찰 조사가 소 단장 등 '신 회장 주변 가신 3인방'을 소환하기 위한 사전 조사의 성격도 있다고 보더라도, 시일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신중한 행보인 셈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구속영장 청구와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구속처리 등과 비교해 보면 속도조절에서 더 차이가 난다.
소송사기 등 명확한 사건 대비 공을 들이는 양상이 확연한 이 상황에서, 소 단장 개인적 책임 추궁에 그치는 것으로 유상증자 참여 부문에 대한 단죄가 이뤄진다면 검찰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소 단장이 무사히 빠져나갈지, 혹은 자신의 선에서 꼬리 자르기에 성공할지 혹은 윗선으로 가는 길목을 터주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