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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사 O2O 서비스, 고객 아니라 자기만족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8.17 16: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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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카드사들이 너도나도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기엔 한참 모자란 모습이다.

최근 카드업계 화두는 O2O 플랫폼이었다. 경쟁적으로 △신한 △KB국민 △삼성 △롯데 △우리카드 등이 자사 모바일 앱 속에 주유나 세탁소 등 생활 O2O 서비스를 넣어 운영하는 것.

카드사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론칭하며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과 '편리함'을 강조했지만 카드사들이 치열하게 내놨음에도 주위에서 이 플랫폼을 이용한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이 플랫폼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전무할 정도다. 놀랍게도 이러한 고객 반응을 몇몇 카드사 관계자에게도 볼 수 있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나도 이용해본 적 없다"며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도 서비스 구축을 잘 해야 하는데, 아직 불안정한 곳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카드사와 O2O 협약을 맺은 곳들은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마땅한 서비스를 구축한 곳은 많지 않다. 물론 아닌 곳도 있겠지만, 아직 서울 위주로 이뤄지는 곳이 대다수며 서비스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회사가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카드사들은 다른 카드사들은 계약하지 않은 스타트업 찾기에 혈안이 됐다. 우리는 별 관심 없지만 카드사 내부에서 새로운 스타트업과 협약을 맺는 일은 큰 이슈라고 할 정도란다.

그러나 카드사 관계자도 불안정하다고 인정한 스타트업과 빠르게 협약을 맺는 것이 고객의 '실질적인 혜택'과 '편리함'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언젠가 한 번 O2O 플랫폼을 만든 이유를 다른 카드사 관계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서비스 하나라도 타 카드사보다 뒤처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플랫폼을 만들어 스타트업과 제휴를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경쟁하듯 O2O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카드사들의 O2O 플랫폼도 고객 불만 대상이다. 

카드사 앱을 들어가면 협약 맺은 스타트업은 볼 수 있으나, 카드사 앱에서 바로 구동되지 않고 스타트업 앱을 다시 내려받아야 하거나 인터넷 팝업창을 통해 이용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고객이 카드사 앱에서 스타트업 서비스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카드사 플랫폼을 통해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O2O 서비스를 이용하고 결제한다면 향후 카드사 수익성 증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아직 카드사들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 '우리도 남들만큼 한다'는 식의 '자기만족' 수준에 그치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내놓았을 뿐이다.

'고객 만족'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했다면, 정말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놔야 하지 않을까. 그만큼 카드사, 카드사와 협약을 맺은 스타트업 모두 O2O 플랫폼에 대한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