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높아지는 관세장벽에 더해 산업용 전기료 논쟁이 일면서 산업계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한국에서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 최종판결을 발표했다. 국내 열연강판 수출 1위인 포스코는 반덤핑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 등 관세율이 총 60.93%에 달했고, 현대제철에는 반덤핑관세 9.49%와 상계관세 3.89% 등 13.38%의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이 큰 수출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타국으로의 전환판매 등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포스코·현대제철의 주가는 잠시 흔들렸지만 금세 회복세로 돌아서 해당 판정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최근 이슈인 가정용 전기누진세 논란과 맞물려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이번 관세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이 자국 전기요금 체계로 이득을 보는 것을 근거로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고 알려진 것이다.
지난 5월 우리 외교부와 한국전력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청회에서 미국 상무부는 한전이 기업들에 값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에서는 가정용 전기가 누진세 단계에 따라 최대 11배 이상 전기료가 부과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쏟아진 바 있다. 가정용 전기가 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는 산업용 전기에 대한 지나친 할인 때문이라는 일부 분석과 관련, 해당 사건은 딱 들어맞는 사례가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중 "전체 전기사용량의 13%에 불과한 가정용 누진제 개편이 문제라면 나머지 87%에 달하는 산업용·일반용 전기료 특혜는 문제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대기업 산업용 전기료 조정은 미국이 포스코 등에 대해 반덤핑 제재를 취하는 것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논쟁이 산업용 전기료 인상의 이유로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먼저 미국 상무부에서 싼 전기료를 관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당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은 정부가 제공한 보조금 혜택을 받은 것 없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보고서 내 상계관세 부과 표에 기록된 'energy saving program'과 혼동이 생겨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환경보호를 위한 절전 프로그램이지 산업용 전기료와는 관계가 없는 항목이라는 것.
이와 함께 전력소비가 많은 전기로에서 과거 열연을 일부 생산했던 현대제철에게 총 13.38%의 관세율을 부과한 반면, 전기로 비중이 낮은 포스코의 관세율이 훨씬 높은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앞으로도 미국뿐 아니라 각국에서 반덤핑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데 있다. 이미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냉연강판에 대해 포스코 64.7%, 현대제철 38.2%의 관세를 부과했고 오는 11월에는 후판 예비판정을 앞뒀다.
여기 더해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포스코가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인도 역시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받았다.
이는 철강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화학섬유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에 대해 중국은 기존의 반덤핑 조치를 5년 더 확대했고 인도와 유럽연합(EU) 역시 한국산 PTA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