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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그 많던 도서대여점은 어디로 갔나?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8.16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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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독한 더위가 멈출 줄 모르는 요즘, 주말을 온전히 집에서 보내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닙니다. 에어컨을 켜고 있자니 전기세 걱정에 부담스럽고, 에어컨을 켜지 않자니 방바닥에 찹쌀떡처럼 퍼지게 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로 저는 주말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점, 마트, 백화점 등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데요. 최근에는 동네 만화방에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책들이 1990년대 유행했던 도서대여점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당시 '깨비책방' '열린글방' '꾸러기책방' 등의 이름으로 동네마다 한 두곳씩 꼭 있었던 책방은 방과 후 초등학생들의 성지로 불렸습니다.

저도 이곳에 들러 만화책, 잡지책, 하이틴로맨스 등 다양한 책을 빌려 읽곤 했는데요. 언제부턴가 책방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제가 사는 동네에는 만화방, 만화카페가 두 세 곳 정도 있어 가끔 다녀오곤 합니다.

저의 어린시절 추억을 함께한 도서대여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지만 최근에는 개성만점 동네책방이나 만화카페 등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올랐는데요.

맥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바이북', 여행 에세이가 가득해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일단 멈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콘셉트로 내부를 꾸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현직 여행작가가 직접 운영하고 강좌를 진행하는 '부비책방' 등이 그것입니다.

먼저 '북바이북'은 '책맥'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책방입니다.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맥주 한잔하며 책을 읽고 주인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는데요.

수시로 작가와의 대화, 재즈 콘서트, 드로인 강습 등 문화행사도 열린다고 하니 스케줄 확인을 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멈춤'을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담한 책방입니다. 국내 도보 여행 에세이부터 아프리카 여행기 등 에세이 중심의 여행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책방에 가보면 주인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모은 물건도 구성할 수 있어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핍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윤성근 작가가 운영하는 헌책방인데요. 작가가 직접 읽고 선별한 유럽문학, 철학, 예술, 역사 분야의 중고서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책방 주인의 취향이 내부 장식으로 표현돼 있어, 천장에 달린 실로 연결된 책들, 책장 같은 피아노 등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줄여 만든 이름의 '부비책방'도 빼놓으면 서운합니다. '부비책방'은 여행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오피스텔에 위치한다는 점이 독특한데요. 바로 이 점이 더욱 아늑한 '집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또 작가가 직접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여행지에서 구매한 물품을 볼 수 있고, 글쓰기와 사진, 여행작가 양성과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예비 창작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스토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른 동네 책방들을 방문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고,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서도 서울 시내 구석구석 숨겨진 400여개의 책방들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번 주말은 이색 책방으로 나들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