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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의 자취생존기] "어디서 나는 거야?" 집안 냄새 때려잡기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8.16 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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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취 4년 차인 필자는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낭만 가득한 생활을 꿈꿨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자유' '예쁜 방 꾸미기' 등의 로망 말이죠. 그러나 그런 꿈은 잠시, 현재는 공과금부터 냉장고 정리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우당탕 한 편의 '생존기'를 찍는 중입니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반말투를 사용한 '자취생존기'는 하루하루 생존 중인 자취인들이 겪는 문제를 짚고 소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자취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처음에는 혼자 무슨 짓을 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좋았는데 말이야. 지금은 들어가기가 무서워. 왜냐고? 무더운 여름을 보낼수록 우리집에 정체불명의 냄새가 독식했기 때문이야. 

분명 청소도 꼼꼼하게 할뿐더러 쓰레기도 수거일마다 매번 버리고, 항상 환기하는데 말이야. 집에만 들어가면 코를 자극하는 쿰쿰한 냄새가 가득하니…. 부모님이랑 살 때는 이런 냄새를 맡은 적이 없었는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어제도 있지, 출근하기 전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둔 뒤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는데, 퇴근 후 현관문을 여니까 냄새가 나더라고. 매번 뭘 뿌려주는 건 귀찮아서 디퓨저를 사보기도 했는데 향기는 나지만, 그 근본적인 냄새를 없애줄 수 없더라.

결국 엄마한테 SOS를 요청했어. 바리바리 반찬을 싸 들고 오신 엄마는 자취방에 오자마자 내 등을 한 대 때리더군. 깨끗이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엄마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야.

"집안 꼬락서니 보면 당장 집으로 들어오라고 싶지만 돈 버니까 참는다"는 잔소리를 시작으로 싸오신 반찬을 넣으려고 냉장고를 연 우리 엄마. 곧이어 냉장고에서 김치 냄새를 비롯한 각종 식재료 냄새들이 뒤섞인 냄새가 흘러나오자, 내 등은 남아나질 않았어. 하여간 엄마 손맛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여러 대 맞은 후 나는 불볕 더위임에도 '냄새를 제거하는' 여러 아이템을 구하러 사방팔방 다녀야 했어. 커피 찌꺼기, 베이킹소다 등을 사러 마트, 카페를 땀 뻘뻘 흘리며 걸어갔지.

먼저 냉장고 냄새를 없애려면 물론 냉장고 탈취제도 좋겠지만, 주기로 사야 하니까 패스. 이외에도 소주, 식빵 등 많은 방법이 있지만 엄마는 커피찌꺼기를 추천해줬어. 

소주 뚜껑을 열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알코올 성분 덕분에 냄새가 제거되지만, 쓰러지면 청소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엄마는 추천하지 않았어. 물론 쓰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집에서 반주할 생각 따위 하지 말라는 협박도 있었지.

카페에 가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커피 찌꺼기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어. 커피 찌꺼기를 말린 뒤 종이컵에 커피 찌꺼기를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냉장고 냄새를 없애는데 탁월하지.

그다음 베이킹소다를 이용해서 설거지통 배수구 냄새를 없앴어. 우선 낡은 칫솔 한 개를 이용해 배수구와 거름망 때를 박박 없앤 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1:1로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돼. 그러면 베이킹소다와 식초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거품이 생기는데, 놀랍게도 냄새가 확실히 적게 나더라. 

또 십원짜리 동전 몇개를 배수구 거름망에 넣어주면 10원 속 구리 성분이 산화하면서 미생물을 죽여준대. 나는 10원짜리가 없어서 다음에 생기면 해보려고.

욕실 냄새 역시 집안 냄새에 한몫하지. 항상 습기가 있어 물때나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이야. 우선 싱크대 배수구 청소처럼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사용해 화장실 배수구를 청소해주는 것이 좋아. 

아까 습기가 욕실 냄새에 큰 원인이랬지? 임의적인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 또 한 번 커피 찌꺼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아. 굵은 소금도 그릇에 담아놓으면 습기를 빨아들인대. 또 이 둘은 다시 말려 사용할 수 있으니 가게에 파는 습기 제거제보다 훨씬 경제적이지.

이 모든 과정과 함께 청소를 마치고 나니, 정말 우리집이 좀 더 산뜻한 환경이 됐어. 아, 물론 엄마의 힘이 컸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갈까 조금 의심스럽지만…. 최대한 오래 가게끔 내가 좀 더 부지런해야겠지. 너네도 오늘 집 가는 길에 커피 찌꺼기와 베이킹소다를 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