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더위가 가실 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만 해도 500명을 넘었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수도 13명에 달한다.
말 그대로 '더워서 살 수가 없을' 정도의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누진세 완화책은 국민의 속까지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정부는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에 한해 가정용 누진제 6단계의 구간당 요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구간 폭을 각각 50㎾h씩 넓히는 안건을 발표, 7월분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2200만가구에게 약 20% 정도의 전기료가 덜 부과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하계 전기료 누진세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누진세 6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는 301~400㎾h 구간에 대해 3단계 요금을 적용해 받는 식으로 한시적 완화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완화안에 따라 혜택을 받는 가구수는 지난해 703만가구에서 2200만가구로 확대된다. 또한 인하될 가격도 약 1300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세배 이상 확대된 수치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정부와 국민 간 괴리가 이렇게 큰 이유는 뭘까.
이번 여름을 정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지난해보다 훨씬 강화된 완화책으로 버틴다고 해도, 다가올 겨울에는 난방으로 또 다음 해 여름에도 폭염 대비 냉방으로 또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다.
4200억원, 보기에는 큰 수처럼 보이지만 계산해보면 1인당 월 약 2만원의 금액을 할인해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예상 영업이익의 3%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지난해 한전 순이익은 연결기준으로 13조에 달했으며, 이 이익금 중 2조 가까운 금액을 주주인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공기업에게 현금으로 배당 잔치를 열었다. 한전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배당금으로 600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받은 배당금까지 합치면 총 1조원 정도가 세수 충당에 사용됐다.
국민으로서는 서민들이 부담한 불합리한 전기요금이 산은 및 공기업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 사용되는 것도 모자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전은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3600여억원을 사용, 일반 직원은 인당 평균 1700여만원씩, 임원들은 최대 억 단위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얼마 전 한전 직원들 100여명이 단체로 7박8일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것으로 드러나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한전이 연수 명목으로 쓴 비용은 총 9억원으로 1인당 8일 동안 900만원 정도를 소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가정용 누진세를 폐지하는 것은 부자감세나 마찬가지라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정부와 한전의 설명은 그저 공허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누진세를 내고 있는 내가 부자가 아닌데 무슨 부자감세냐'는 국민들의 성난 분노를 이길 수 있는 논리가 한전과 정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누진세 금액차가 11배에 달하는 국가는 없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전기료 고지서를 받아보는 게 두렵다고 얘기한다.
2000명이 넘는 국민들은 한전을 상대로 불합리한 누진세로 인한 과잉 전기료 반환청구 단체소송을 신청했다. 국민의 생존과 편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와 공기업이 생각하는 국민의 범주 안에 가정용 전기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