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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식의 콘텐츠 렌즈] 할리퀸 '지구 수호' 특명, 경제인 특사 필수조건

전훈식 기자 기자  2016.08.16 1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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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화나 드라마·소설, 그리고 스포츠 등 여러 문화 콘텐츠는 직·간접적으로 현실 사회를 반영한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 배경이나 제목, 주제가 어떤 상황과 이어지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현상도 바라볼 수 있다. '콘텐츠 렌즈'에선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콘텐츠의 직·간접적인 시선을 공유해 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이하 수어 스쿼드)는 마블코믹스와 함께 할리우드 양대 산맥을 이루는 히어로물 'D.C코믹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많은 팬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최근 개봉한 영화다.

무엇보다 히어로 활약을 그린 다른 영화와는 달리, 악당들이 뭉쳐 세상을 구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되는 조금은 특별한 주제를 다뤘다. 얼마 전 혹평을 받은 '배트맨과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비하면 나아지긴 했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다 평이한 스토리와 허술한 액션 등의 불만 때문에 관객 반응이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 편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정보국 국장 아만다가 특수 감옥에 수감된 악당들에게 선천적 초인 '메타 휴먼'과 싸우라고 강요한다. 이에 목에 폭탄을 설치한 채 반 강제로 싸움터에 나선 악당들이 마녀 인첸트리스의 지구 정복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수어 스쿼드 내용은 마치 코앞으로 다가온 광복절 특사와도 은밀하게 연계된다.

정부가 광복 71주년을 맞아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포함해 4876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지난 13일자로 단행했다. 무엇보다 사면 대상자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거론됐지만, 이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 전 넥스원 부회장 등은 제외되면서 재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광복절 특사인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 및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 '샤르코마리투스'와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 때문에 특별 사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도 했다.

반면,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진 않은 김승연 회장의 경우 집행유예 상태(2019년 2월까지)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어 유력한 복권 대상자이었지만, 아쉽게도 제외됐다.

특히 기업인 사이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 추진 배경으로 경제위기를 언급한 터라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처럼 수어 스쿼드와 기업인 사면은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수어 스쿼드 악당들은 특수 능력을 보유했다면, 기업인들의 경우 기업의 활발한 사회적 활동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간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수어 스쿼드 악당들은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킨다'는 결과가 가시적인 반면, 기업인들은 '경제 활성화'라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도박인 셈이다. 또 수어 스쿼드는 '형 감소' 혜택에 그치지만, 기업인들의 경우 국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비쳐질 수 있다.

지금 같은 극악한 경제 위기엔 기업인 특유 경영능력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의 이재현 회장의 사면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단지 사면에 그치지 않고 '경제 활성화'라는 특명으로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있을 기업인들의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거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