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한국 경제도 들썩이고 있다. 저유가 혜택에 힘입어 내수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시각과 함께 글로벌 무역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저유가 장기화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움직이던 유가는 지난 2014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동결 불발 등 변수로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동안 어느 정도 오름세를 보여 지난 6월 말에는 50달러선에 근접하게 다가가기도 했으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인한 경제 둔화로 다시 내림세다.
◆저유가 호황? 내수진작 효과보다 수출타격 심각
유가는 섬세하게 움직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가 많아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가 전망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각자 '연말에는 유가가 50달러까지 다시 회복할 것'이라거나 반대로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로 떨어질 확률이 크다' 등 상반된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봤을 때, 저유가 파장이 길어질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나 원유 대체자원 생산기술의 발달 등 유가 상승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앞으로 포진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국제유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인 한국 경제에 있어 저유가는 호재로 인식됐다. 원론적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은 공장 가동 등 기초 설비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오르게 된다.
기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업계와 운송·물류업계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크게 본다. 그래서 지난 2014년 저유가 기조가 시작됐을 때 정부는 '저유가 혜택'이라고 표현하며 특히 내수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말 그대로 '글쎄'다. 처음 저유가가 시작된 원인이 글로벌 경제침체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원하는 내수호황은 이뤄질 수 없었다. 산유국을 비롯해 전체적인 무역 불황을 가져다주면서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즉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보다 수출이 입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설명할 수 있다.
◆조선업계 "저유가로 인한 구조조정 차질 우려"
조선·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다시 떨어지는 기름값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수익성은 물론이고 원금도 회수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해양플랜트나 시추선 등 원유 생산을 위한 선박들은 발주와 관련한 모든 생각을 접었다. 있는 발주와 계약조차 취소당할 위기다. 이 결과 지난해 조선3사는 약 6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발주가 나오는 절대 수량부터 적다. 지난 9일 발표된 클락슨 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전 세계 선박발주량은 72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동기 발주량 2282만CGT의 30%에 그쳤다.
더욱이 발주가 나오는 선박도 원유시추선 등 고부가가치 설비가 아닌 VLCC(원유운반선)이 대부분이다. 지금 같은 수주절벽에 가릴 것 없는 처지라지만 미래 수익성 영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숙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조선업계 적자의 주범이라고 불렸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은 그런 고도화 설비"라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만 올라가도 신규 발주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를 위해서는 저유가보다 고유가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