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IPTV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1500만 가입자를 훌쩍 넘겼던 케이블방송의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 4월 기준 1445만명인데요. 업계는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고, 더러는 "5년 내 케이블방송업계가 다 죽을 것"이라는 극단적 예측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방송업계 물밑에서는 인수합병(M&A) 논의가 한창이었습니다.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를 비롯해 티브로드, 현대HCN, CJ헬로비전 등 업계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복수종합케이블방송사업자(MSO)부터 이합집산을 고려했었고,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발표하며 가시화됐습니다.
방송-통신 결합에 신호탄이 될 뻔했던 M&A에 해당 사업자뿐 아니라 케이블방송업계까지 희망을 가졌습니다. 'CJ헬로비전 이후 M&A 타자는 우리가 될 것' 혹은 '경쟁력 차이가 발생될 다른 케이블방송업계를 위한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월 장고 끝에 M&A를 최종 불허결정함으로써 이러한 희망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케이블방송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제 자생(子生)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IPTV 등장으로 가입자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IPTV에 비견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들인데요. 최근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적극 추진하는 홈IoT(사물인터넷) 사업 등 신사업 모색과 방송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하나, 새로 나온 IPTV에 비해 한참 먼저 서비스된 케이블방송이 가진 일종의 '구식' 이미지 탈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업계 한 관계자는 "M&A 무산 충격이 남은 상황에서 당분간 다른 M&A가 진행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에선 '케이블방송'하면 '어딘지 낡은 것 같고, 낙후된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하는데, 광고도 더 하고 이미지 개선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통신분야 마케팅을 할 때부터 과감히 투자해왔는데, 후발 진출한 IPTV 사업에도 지상파 TV광고도 하는 등 스케일이 다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반면 케이블방송사업자(SO)는 지역 기반이라는 특성과, 매월 이용료가 들어오는 등 수익 안정성이 있어 마케팅에 크게 투자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SO들은 자사 채널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큐톤시간(2분가량의 지역광고시간) 통해 자사 광고를 합니다. 또 지역 내 버스 광고 등 대체로 지역중심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에 더해 각 SO별 광고 외에도 케이블방송 전체 광고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가수 아이유를 전속모델로 발탁해 UHD(초고화질)방송과 스마트케이블 등을 홍보하고 있죠.
하지만 이들 역시 케이블방송사 채널 및 PP를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는데요. 케이블방송사의 기반이 지역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방송사 입장에서 B지역에까지 자사 방송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매월 꼬박꼬박 수금되는 서비스 이용료로 한창 호황기 때는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하기까지 했으니 업계에서 열띤 마케팅 경쟁이 드물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 올 들어 SO 중 가장 과감한 이미지 마케팅에 나선 곳은 딜라이브입니다. 인수금융 문제 등 여러 가지 배경이 있었지만, 씨앤엠이라는 기존 사명도 버리고 밝은 하늘색의 새로운 로고로 단장했죠.
또 아이돌 스타 몇 명을 모델로 발탁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적극성을 보였고, 서비스 측면에서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는 등 주목되는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런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달 케이블방송업계는 업계 생존의 키(Key)를 되찾기 위해 '케이블TV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는데요.
이들은 정부 및 국회 건의활동뿐 아니라 △유료방송 가입자당 수익(ARPU) 정상화 대책 방안 △공동사업 발굴 및 기술혁신 방안 마련 △서비스 제휴방안 등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투자 방향을 조율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는 방침입니다.
여기 덧붙여 케이블방송이 '포켓몬 고' 같은 참신한 서비스를 내놓든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든, 어떻게 보다 많은 이들에게 낡고 낙후된 이미지가 아니라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다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