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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전설로 남은 B급, 터네이셔스 D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8.12 14: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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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M(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로큰롤(rock'n'roll) 정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록 밴드가 있습니다. 흔히 로커라 한다면 풀어헤친 긴 생머리, 또렷한 이목구비, 스키니한 몸매 등 정형화된 이미지가 떠오를 텐데요. 이 밴드의 멤버는 두 사람인데 한 명은 건널목 빵집 대머리 아저씨고 한 사람(?)은 쿵푸팬더죠. 이들이 가진 것은 오로지 록에 대한 '열정'뿐입니다.

「M&M」 두 번째 곡은 전설적인(?) 2인조 록 밴드, 터네이셔스 디(Tenacious D)의 노래들로 꾸며집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라고 자칭하는 터네이셔스 디는 1994년, 영화배우이자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잭 블랙(Jack Black)과 기타리스트 카일 개스(Kyle Gass)에 의해 결성됩니다.

이 밴드의 모토는 '기존의 틀을 깨버려, 로큰롤 정신 하나면 충분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외침은 그들의 외모에서부터 울림을 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잭 블랙과 카일 개스는 무대 위 오빠들은커녕 배불뚝이 아저씨들이죠. 게다가 메탈음악을 통기타로 연주합니다.

일반적인 로커와는 거리가 있는 외모, 메탈음악에 생뚱맞은 통기타를 꺼내들고 의외의 실력과 음악성을 드러냅니다. 실제로 그들의 연주는 감탄을 내지르게 하고 보컬 실력은 입을 벌리게 하지만 가사는…(직접 듣고 느끼셔야).

로큰롤의 저항정신 또한 대단한데요. 이들의 록 정신은 한정판으로 발매된 두 번째 앨범 'The Pick Of Destiny(2006)'에 타이틀 곡 터네이셔스 디라는 동명의 영화에서 잭 블랙의 어린시절을 노래한 곡이지만 실화인지는 알 수 없는 '키카푸(Kickapoo)'에서도 엿보입니다.

이 곡은 점잖고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록을 꿈꾸던 어린 잭 블랙이 식사기도를 하던 부모님 앞에서 온갖 불경스러운 가사로 록음악을 질러대다가 록은 '악마의 노래'라고 힐난하는 아버지를 피해 진정한 록을 찾으러 떠나는(가출) 내용입니다.

터네이셔스 디(이하 D)는 대중들에게 뛰어난 음악성과 독특한 색깔을 인정받고 밴드와 동명인 영화까지 만들게 됐죠. 컬트 팬(마니아)을 위한 로큰롤 영화였기에 안타깝게도 큰 흥행은 하지 못했죠. 하지만 6년 후 D는 세 번째 앨범 'Rize Of The Fenix(2012)'를 들고 재등장합니다.

평론가들은 전부 졸작에 불과하다 했지만, 결코 우리의 열정은 죽지 않았지. (중략)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Jack Black), 아니야 우린 이미 늦었어(Kyle Gass), 한 번만 성공하면 충분해(JB), 헛소리 하지마(KG), 개판으로 만들면 돼!(JB) 전설로 남기 위해!(Both)

3집 타이틀곡인 라이즈 오브 더 페닉스(Rize Of The Fenix) 중 가사 일부와 내레이션입니다. 영화 흥행 실패 후 D는 그들만의 색을 유지한 채 더 강력한 컬트 파워로 돌아온 것이죠.

이처럼 음악의 엄숙주의에 저항하는 D는 풍자와 조롱, 코미디로 일관된 음악세계를 추구하면서 록 세계의 비주류 문화, 코미디 록(Comedy Rock)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전설적인 괴짜들은 지금 정규 4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비주류, B급 문화가 급부상했는데요. 재기 발랄한 엉뚱함으로 무장한 가수 싸이(PSY)의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형돈이와 대준이' 'UV' 등 코미디언이 발표한 노래들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칭 대한민국 평균이하, 루저들이 모인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누리고 있죠.

과거 B급 문화는 고상하면서도 엄격한 주류문화(A급)와 대비되는 천박하고 저속한 문화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B급 문화는 노골적인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작품성까지 뛰어난 수준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B급 문화는 대중들의 문화 소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미치는데요. 주류문화는 '누구'를 위한 교양일 테지만 비주류 문화는 '누구든' 포용하는 다양성을 담고 있는 까닭이죠.

이 때문에 천박하고 저속했던 B급은 더이상 하위 문화가 아닌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울러 대중들은 이를 자유롭고, 창의적이면서 보편적인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치 D의 저항정신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