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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스크림 정찰제 '아통법' 아닌 이유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8.12 10: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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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시작했다. 매출 회복을 위해서다.

2010년 정부는 과자, 라면 등과 함께 아이스크림류를 오픈프라이스(최종 판매업자가 제품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방식)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권장소비자가 표시가 없어졌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소매점 간의 할인 경쟁이 심각해지고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2011년 아이스크림류에 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했다.

문제는 정책은 폐지하면서도 가격 표시 문제를 권고사항으로 둬 자율시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을 표시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아이스크림 시장의 혼탁한 전쟁은 정리가 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격 결정 주도권을 여전히 쥔 소매점은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이용해왔다. 최대 80%할인 등을 하면서 고객들을 불러들이고 다른 상품 수요를 견인하는 도구로 활용해온 것.

때문에 시장구조가 왜곡된 부담은 고스란히 제조사들의 몫이었다. 가격 결정권을 쥔 소매점 입맛에 납품가격을 맞춰야 하는 만큼 실적 악화가 지속된 것이다.

이런 구조로는 시장이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 이례적 폭염 상황까지 닥친 이번 여름 성수기 조건에도 쩔쩔매는 매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업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매점들의 불만과 반발로 이번 정착 노력이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단말기유통법'이 전체적으로 가격만 올려놓고 소비자 편익은 확대시키지 못한 것을 빗대 이번 상황을 '아통법'으로까지 부르며 조롱한다. 하지만 상황을 단통법에 비교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단통법이 불만을 사게 된 상황은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제 등 핵심요소를 빼놓고 출범한 영향 등으로 결국 이동통신사들 간의 혼탁한 경쟁 구도를 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 팔을 묶어놓고 싸움에 나선 격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의 현재 구도에 대한 수술 필요성 공감대가 확고하고, 이 추진 과정에는 보조금 분리공시제 같은 복잡 미묘한 기술적 이슈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또 3대 이통사에 주도되는 이 시장과 유통채널과 소매점이 무수히 많이 존재해 각자도생하는 아이스크림 부문을 바로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 커피 등 대체음료 시장이 커지고 출산율이 낮아져 아동층이 감소하는 등 외부적 여건 변화로 아이스크림 시장이 줄어든 상황도 아이스크림 가격 수술을 시도하기 적당한 요소라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호황이고 소매점들이 여기에 이익의 상당 부분을 기대는 와중에 정찰제 이슈를 단행하면 자칫 소상공인 밥그릇 뺏기로 비판받을 여지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의 아이스크림 시장 크기나 미끼상품 활용 문제 등을 모두 감안하면 이런 걱정은 기우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의 반발과 매출 영향을 감수하면서 '제값받기' 정착을 통해 실적을 정상화하려는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갖는 당위성과 성공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시장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 없이 정찰제 정착이 이뤄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