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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작전 끝 박창민 안착…흔들리는 대우맨 전통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 밀실·낙하산 인사 논란…노조 "끝까지 투쟁할 것"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8.09 17: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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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우건설 신임 사장에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선임됐지만 노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특히 이사회가 장소를 바꿔가며 박 전 사장을 비밀리에 선임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우건설 이사회는 지난 8일 오전 회의를 열고 박 전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중순 내부출신 CEO 선임 계획을 산업은행에 보고했다. 같은 달 말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본부장 2명으로 후보를 압축했으나, 6월10일 이들에 대한 최종면접을 돌연 취소했다.

14일 후 사추위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CEO 재공모에 나섰다. 7월8일 내부 6명, 외부 26명 등 총 32명이 지원한 재공모가 마감됐고, 사추위는 32명 중 5명으로 추렸다. 5명 가운데는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때부터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가 본격화됐다. 박창민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 7월20일 사추위는 최종 CEO 후보를 결정하려다 갑자기 보류했고, 결국 지난 5일 박 전 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 8일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 의결했다.

최근 사추위의 단독후보 추천과 이사회 진행 과정도 논란을 부추겼다. 당초 대우건설 이사회는 본사 사옥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피켓시위와 회의실 점거 등의 이유로 장소를 인근 S타워로 변경했다.

앞서 지난 5일 단독후보 추천 당시에도 사추위의 진행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고, 대우건설은 여론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금요일 늦은 오후 기습적으로 발표를 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대우건설은 오는 23일 오전 9시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3층 문호아트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고 전했다. 박 전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고 우주하 전 코스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박 전 사장의 취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지하고 있는 이상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사장의 선임으로 '대우건설 사장은 내부출신이 맡는다'는 전통이 깨졌다. 대우그룹 계열사 중 순혈주의가 강한 곳으로 평가받는 대우건설이 16년 만에 외부인사 사장을 맞게 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노조 측은 9일 대우건설 본사에서 박 전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정치 논리에 휩쓸려 파행을 거듭하며 박창민 '낙하산 사장' 후보를 추천한 산업은행의 모습은 흡사 진흙탕 정치판을 방불케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산업은행에서 처음에 요건을 달았던 것처럼 해외사업에 경험이 있는 분을 섭외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노조는 최대한 저지하고, 총력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건설업계가 해외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서 해외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1인 시위와 출근저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대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박 전 사장이 있던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시장이 사업의 중심이지만, 대우건설은 해외비중이 수주목표의 절반을 차지한다. 박 전 사장의 선임을 두고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