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자동차 주력 세단 라인업인 'K시리즈'가 판매부진의 늪에 빠졌다.
한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애마로 불리던 대형 세단 K9을 비롯해 준중형 세단 K3와 중형 세단 K5가 맥을 추지 못하는 등 판매성적이 신통치 않다. 유일하게 준대형 세단 K7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K7은 지난 7월 전년동월 대비 167.5% 증가한 5086대가 판매됐지만 △K9 △K5 △K3는 각각 △57.2% △50.8% △48.5% 감소한 △160대 △3174대 △2370대 판매에 그쳤다.
문제는 K7 역시 앞날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신형 그랜저 출시가 11월 말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형 그랜저가 시장에 나오면 K7이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는 국내 세단시장에서 현대차와 라인업이 겹치는 데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디자인도 최근 들어 자동차 디자인들이 고급스럽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어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가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동생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K시리즈 부진' 이유로 현대차와의 판매 간섭이 꼽히고 있다. 지난 1998년에 국제입찰을 통해 현대차에 인수될 때부터 줄곧 제기됐던 판매 간섭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K9은 EQ900 출시로 인해 잠식당했다. 또 K7과 K5는 각각 그랜저 및 쏘나타와 싸우고 있으며, K3는 아반떼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EQ900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는 각각 △1217대 △3450대 △6858대 △6244대가 판매되는 등 모두 K시리즈의 판매량을 제쳤다.
K시리즈에 52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지만 차체부터 파워트레인, 각종 편의사양까지 대부분 현대차 모델들과 공유하다 보니 '같은 부품을 쓰고, 디자인만 조금 다른 모델'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아차의 세단 판매량이 정체되는 것.
현대·기아차 역시 내부적으로 제품 간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사가 내놓은 신차들은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디자인 외에 뚜렷한 제품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K시리즈 가운데 가장 잘나가던 K5가 기아차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 역시 부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가장 판매비중이 높은 중형 세단에 매우 공을 들이지만 최근 한국GM 말리부와 르노삼성의 SM6가 중형 세단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기존 대표 중형 세단으로 인식돼온 쏘나타와 K5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단일 차종 기준 최장수 브랜드로 30년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쏘나타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인데 K5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판매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등 기아차의 심상치 않은 행보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기아차는 현재 △소형 니로 △준중형 스포티지 △중형 쏘렌토 △대형 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풀 라인업과 승합차 모델인 카니발과 카렌스를 포함해 총 6개의 RV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RV에 특화된 브랜드인 쌍용차와 동일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아차가 향후 RV 전문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세단보다는 RV 쪽에 긍정적인 흐름이 있고, 기아차 역시 RV에서 강세를 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세단 세그먼트가 부진하다고 볼 수는 있다"고 응대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K7은 지난달 전년대비 167% 향상된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 더해 "K5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지난달 스페셜 트림과 신사양, PHEV 엔진까지 강화함으로써 고객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전면적인 반격을 시작한 만큼 향후 긍정적인 판매량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