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의 대표 캐릭터인 꿀벌 '위비'가 아슬아슬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위비톡, 위비마켓, 위비뱅크, 위비멤버스 등 이른바 '위비 4형제'로 호칭되는 네 개 플랫폼이 구색은 갖췄지만, 미진한 부분이 드러나며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것.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위비뱅크 출시 이후, 올해 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제공업체 브라이니클과 제휴를 맺고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을 출시했다.
◆'위비톡' 계열사직원·지인까지 '가입 총동원'
위비톡은 위비뱅크 플랫폼 이용 빈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금융신상품, 이벤트 등 고객에게 유용한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개발 중인 쇼핑몰 '위비장터'와 연계해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영세상인들이 자사 상품을 홍보하는 동시에,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실시간 상담이 이뤄지도록 하는 서비스를 목표 삼았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냉담하기만 한 상황으로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시도는 좋았지만 은행업에서 유통업과 IT까지 아우르는 발상전환이 아직 금융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실적은 있었지만, 이마저도 직원들이나 지인들을 통한 영업에 지나지 않아 결과물이 좋지 않은 상태"라며 "먼저 부피를 키운 후 활성화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꼬집었다.
위비뱅크는 지난 6월 말 기준 가입자 70만명, 위비톡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위비뱅크 대출은 우리은행 신용평가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SGI서울보증의 보증서를 통한 방식을 채택해 SGI서울보증에 부담을 준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현재 SGI서울보증에서는 최대 대출액 한도 늘리기를 꺼린다는 것.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위비뱅크 대출 규모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관계자의 제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도는 소진되면 협의해야 한다"며 "연체율도 높다고 판단한 적이 없으며, 서울보증이나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신용보증도 보증서를 발급할 때 신용평가 모델이 있는데, 은행은 손실이나 리스크를 서로 분배해 전가하면서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만큼 고객에게 더욱 넓은 범위의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리스크 부담 주체가 다른 것은 상품구조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첨언이다.
여기 더해 "여신을 담당하면서 전체적으로 ‘부담이니 줄여야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을 위비뱅크 대출상품과 묶어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
우리은행은 SGI서울보증과 협의를 통해 대출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리스크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실무자들이 규모가 커지는 것을 꺼려하는 중이다.
2금융권의 경우 6등급만 하더라도 부실율이 높아 수수료를 많이 받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7등급까지 신청 가능한 위비 대출에 대한 보증보험의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리스크를 하나도 떠안지 않고, SGI서울보증에 떠넘긴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보증보험에서는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위비마켓' 위탁사 한 곳, 양보다 질?
위비마켓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카드에서 운용 중인 위비마켓에는 우수 중소기업 500여개 상품 40여만종이 입점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위비마켓이 11번가나 G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의 수준의 계획을 세웠지만 과거 카드사 포인트몰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아직까지 입점몰 한 업체가 물건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 물건을 소싱하는 중간도매상(위탁사) 하나가 위비마켓 전체를 운용하는 형태로, 대형 도매상이라고 해도 개인 형태나 조그만 사업자 형태의 도매상이라면 상품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견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신제품이 인기리에 출시됐을 경우, 대형 법인 도매상에게 물건을 넘긴다. 중간도매상이 한 곳뿐인 위비마켓은 메인 주력 상품이 올라오는데 시간이 한참 걸리는 등 상품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또한 중소기업 제품을 다루다 보니 가격은 저렴할 수 있어도 질은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
위비마켓을 담당 중인 우리카드 관계자는 "위비마켓의 경우 은행영업점을 통해 상담을 받아야 되고, 주거래 고객이라면 입점이 가능하다"며 "추천으로 입점하거나, 최초 고객의 경우 실사를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비마켓의 경우 중소 상공인들의 팔로우 계척을 위한 공익적인 성격을 가졌다"며 "위탁사 1개 밑에 대기업계열 유통업체 등 대략 400여개를 끼고 있으며, 계속 확대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출시한 위비멤버스 또한 이광구 은행장이 직접 실적을 챙겨가며 볼륨 늘리기에 나섰다. 타 은행 유사서비스에 비해 시작이 늦은 만큼 일단 덩치를 키운 후 활성화에 주력하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위비멤버스 서비스는 다른 타 은행 통합서비스와 비교해 특이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차별화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광구 행장은 위비멤버스와 위비마켓 등 4대 플랫폼의 연동 후 활성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행장의 구상은 위비마켓을 기준 삼아 판매자와 구매자 간 연결고리를 위비톡으로 맺고, 수익을 남기지 않는 최저가 서비스를 은행에 맡기는 것이다. 여기에 위비멤버스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연계구조다.
올해 하반기 민영화가 본격화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은행의 위비전략은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멘텀으로도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