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식 용어 중 골든 크로스와 데드 크로스라는 것이 있다. 여러 그래프를 활용해 겹쳐봄으로써 가격 동향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단기 이평선이 장기 이평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올 때를 골든 크로스라 하며 반대로 단기 이평선이 장기 이평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내려갈 때를 데드 크로스라고 한다. 보통 골든 크로스에서는 매수, 데드 크로스에서는 매도를 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백화점들이 여름 정기 세일에 이어 바로 명품 브랜드를 내세운 할인 행사를 열고 나섰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대비 특가상품 물량을 대거 보강한 가운데 △본점(7월19~24일) △부산 본점(8월3~7일) △잠실점(8월11~15일) △대구점(8월17~21일) 등 순차적 일정으로 해외명품대전에 돌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역대 최대 물량을 준비해 지난달 21일부터 약 한 달간 해외유명브랜드대전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유통업계가 녹록찮은 상황에서 명품을 돌파구로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1.1% 수준이던 백화점 업계의 매출 증감률은 2014년 -0.7%로 주저앉은 데 이어 지난해 -1.2%까지 악화됐다. 심지어 작년 1·4분기에 전분기 대비 -3.9% 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여기에 올해 1분기 2.4%, 2분기 3.8%로 간신히 반등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명품의 기여가 적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위 명품이 전체 상품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11.9%에서 지난 6월 14.2%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격적인 비수기 돌파 공략의 대책으로 명품 전쟁에 각 백화점이 열을 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달은 차면 기우는 것처럼, 이런 방편이 과연 상시적으로 활용할 방안인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할인 행사의 효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명품 세일 이슈를 다룰 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 정기 세일을 마무리한 결과만 해도 그렇다.
롯데백화점은 전년도 여름 정기 세일 대비 3.6% 신장에 그쳤고, 현대백화점도 3.1% 성장을 거두는 데 머물렀다. 신세계백화점 여름 정기 세일의 경우 4년 만에 두 자릿수 신장세(12.3%)를 보였지만, 대체로 공세적으로 여름 세일에 임한 것을 감안하면 성적이 기대치에 밑돌았다는 평이다.
명품이 지금까지 매출 신장에 기여한 효자 키워드라고는 하나, 작금의 대대적인 명품 세일 추진이 해외 고가 브랜드가 잘 팔리지 않는 경제 사정을 반영한 그림자 성격을 일부 띠고 있다는 해석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세일의 상설화 경향에 대한 피로 현상이 명품 세일에서도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의 명품 수요에 좌우되는 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향후 주요 과제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 초 통계를 보면, 지난 춘제 기간 주요 백화점 3사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명품 소비 추세는 향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예상되고, 일본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미 그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는 중이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사드 배치 문제의 역풍으로 인한 여행객 감소 우려마저 겹쳤다.
결국 지금과 같은 사정은 한창 명품 효과를 구가하던 백화점이 이제 곧 명품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쪽으로 귀결된다. 마냥 규모를 늘리고 아이템수를 확장하는 식으로는 더 이상 약효가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들을 백화점 부문의 명품 기대기 효과가 최고조인 것으로 생각되는 지금 함께 융합해 생각하는 것은 마치 주식시장에서 골든 크로스를 만나고 또 언제 데스 크로스를 만날지 보는 것과 흡사할 것이다. 데드 크로스 임박이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과거의 전술만 답습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새로운 모멘텀을 공급해 기존 그래프를 뒤흔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 트렌드로 떠오른 출장 세일의 경우, 명품 위주로만 치러지지는 않는데도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올 정도로 관심을 모은다고 한다.
이 같은 새로운 방법 찾기와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 백화점 명품 세일이 그야말로 진부할 새 없이 나날이 새로워지길 바란다. 그래야 사치재에 기대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털고 경제에 활력을 공급하는 유통 본연의 역할 중 하나로 명품 세일이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