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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대의 글쓰는 삶-11] 성공보다 중요한 건 내면 성장

이은대 작가 기자  2016.08.03 19: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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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녔던 10년의 세월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나는 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자존감 높은 사람이었다. 친구들 앞에서도 늘 앞장서는 리더의 모습이었으며 군에서도, 회사에서도 항상 다부지고 당찬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참 많은 일들을 해내기도 했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거듭난 기억은 없다. 단지 아주 어렸을 적 동네 친구들과 모여 다니던 때부터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뭔가를 부러워한 적도 없고, 비록 조금 못나긴 했지만 늘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았다.

내가 가진 노트가 최고였고, 내가 가진 볼펜이 최고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타인들이 오히려 나의 성격과 태도를 부러워했다. 나는 언제나 최고였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내 삶은 한꺼번에 곤두박질쳤다. 파산을 했고, 감옥에 가야 했으며,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출소 후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막노동판에서 중노동을 해야만 했다. 이런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닥쳤을 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왜 하필 나일까. 도대체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길래.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닥친 걸까’

생각은 끝을 맺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힘들었다. 사람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자존감 높고 자신감 넘치던 나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길을 걸을 때도 혹시나 누가 알아보지 않을까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었고, 전화가 걸려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부모님의 눈을 마주하기 어려웠고, 아내와 자식을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술에 취해 현실을 잊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한다. 이미 성공에 도달한 사람들이 걸어간 방법들을 실천하면서 '나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거야'라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매일을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시련과 역경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별 의미가 없다. 누군가 암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더라도, 내 손 끝에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두 번은 소나기를 만난다.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이유는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면의 성장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야만 한다. 어린 아이는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툭툭 털고 일어나 약을 바르거나 병원에 간다. 육체적인 성장은 육체적인 아픔에 대비하거나 견디는 법을 터득하게 만든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내면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위기에 처했을 때 견뎌내지 못한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누구나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글을 써야만 한다.

시련이 닥쳤을 때가 돼야 내면을 성장시켜 보려고 애를 써봤자 이미 때는 늦다. 어떻게든 극복이야 하겠지만 엄청난 시간과 물질적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삶도 중요하다. 그러나 내면의 성장 없이 물질적인 성공만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넘어지게 되면 똑같은 상처에도 견딜 수 없이 무너질지 모른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과거를 짚어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힘겨운 시간을 넘어선 경험이 있다.

그들은 심장이 단단한 사람들이다. 실패를 넘어섰기 때문에 단단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실패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는 내면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