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올해 6월 강도를 피해 도망치다 지병인 '모야모야병'으로 사경을 헤맸던 대학생 김모씨는 세 번의 수술 끝에 의식을 회복했다. 뒤늦게 범인이 잡혔지만 김씨가 민사소송 등으로 보상금을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 검찰이 범죄피해자 직접 지원제도를 통해 치료비 등을 포함해 1000여만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첫 2주 동안 치료비만 1800만원에 이른다.
잔혹범죄가 연일 매스컴을 타며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치료비와 생계비 등 금전적 부담마저 피해자의 몫이 되는 탓이다.
2005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재정된 이후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체 상담건수는 2005년 1만1500여건에서 2014년 6만1800여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지만 실제 피해자 지원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검찰은 지난해 1월에야 범죄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제도를 도입해 8개월 동안 58명의 피해자에 총 2억1360여만원을 지원했다. 1인 평균 360여만원 정도다.
특히 살인이나 강도, 성범죄 등 강력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생계수단이 없음을 증명해야 3개월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80만∼100만원이 지급된다. 그나마도 석 달이 지나면 의료지원이나 물품지원만 받을 수 있다.
범죄피해자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운이 나빠 당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 것도 한몫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뿐 아니라 국가 역시 범죄 발생에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은 치안 복지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를 '운 나쁜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피해자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가운데 개인상해보험을 통해서도 피해 일부를 대비할 수 있지만 일반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 시큰둥하다.
2000년대 들어 주요 보험사들은 상해보험과 어린이(태아)보험 등에 '강력범죄피해위로금'을 특별 약관으로 마련했다. 특약에 따라 월 평균 100~200원 안팎으로 유사시 100만~500만원 사이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사마다 △유괴납치피해보장 △폭력피해보장 △일상생활폭력상해보험금 △유괴납치피해일당 △안전사고피해치료비보장 △미성년성폭력범죄피해 등의 이름으로 범죄 피해를 보상한다. 그러나 특약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적은데다 가입률도 미미하다.
이에 대해 A보험사 관계자는 "어린이보험의 경우 유괴특약 가입률은 21%, 폭력특약은 6% 정도"라며 "고객 상당수는 설마 본인이나 자녀가 범죄피해를 당하겠느냐며 꺼려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홍보도 소극적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강력범죄 피해를 당했으니 보험금을 받으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기가 미안한 노릇"이라며 "과거 모 생명보험사의 10억원 운운했던 광고가 몇 년째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대놓고 홍보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가입률이 낮은 탓에 관련 특약은 보험사가 나서 보장 내용을 강화하거나 특화상품으로 재정비하기도 애매해 구색 맞추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가 주도한 정책 보험상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금융당국은 이른바 '4대악 범죄'(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유통)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주문했다.
여기 부응해 현대해상은 2014년 단독으로 '행복지킴이 상해보험'을 선보였다. 지방자치단체 단체보험으로 지자체가 가입한 뒤 관할 내 대상자를 무료로 가입시켜주는 방식이었으나 출시 이후 실제 판매 건수는 '0건'이다.
억울한 범죄에 희생된 이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 강화와 함께 개인보험을 활용한 '투트랙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