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임혜현의 회사정리 거자필반] 외국인 근로자 '추노'와 해고수단 악용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8.03 11:30:1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아보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A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힘든 일을 잘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 같은 제조업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공장 근무에 필요한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대부분 채우게 되죠.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선 국적별로 말이 서로 다르니 자기들끼리 손발을 맞추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첩첩산중인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근로자보다는 인건비가 싸게 들어가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 돈 벌러 온 사람들이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눈에 안 찰 때가 많습니다.

B국 근로자들은 부지런하지만 C국 근로자들은 은근히 게으르다, D국 근로자들은 평소엔 순하지만 뒤끝이 있어 막 대하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고용주들 간에 평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걸 뭐 꼭 100% 저희 마음대로 골라 채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포기하다시피 한 부분이죠.

그런데 유독 E나라에서 온 한 외국인 직원은 정말 유난했습니다. 아, 지금부터 그를 F라고 부르겠습니다. 성격도 근무 평정도 F에 가까웠던 F. 그는 시시때때로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거나, 다른 직원들에게 까불다 시비가 붙거나 해서 골치를 아프게 했습니다.

결국 F가 말썽을 부렸습니다. 이 주에는 금요일과 공휴일이 겹쳐서 주말까지 합치면 내리 사흘을 쉬게 됐습니다. 유통업체에서는 이런 경우 황금휴일이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물건을 좀 더 주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나 거래처나 서로 대목을 보는 셈이죠.

그때도 목요일까지 물건을 많이 납품해 달라는 요청을 한 거래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을 독려해 빨리 손을 놀리도록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F가 월요일(1일)부터 쑤신다, 아프다 농땡이와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제가 폭발했어요. 월요일 근무시간이 끝나고, 저는 기숙사에 뒹굴거리고 있는 F의 방으로 찾아가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F는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방을 나가더군요.

당연히 화요일(2일)부터 F는 일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주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금요일(5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대비 납품 건으로 바쁘게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문제는 이 F가 그 다음 주에도 계속 기숙사에 있다는 걸 제가 알게 됐다는 겁니다. 아마 회사를 떠나라고 소리를 지르고 당일만 저를 피해 있다 슬그머니 들어온 모양입니다.

어떻게 알았냐구요? 이 F가 공장에 나와서 월요일(8일) 순둥이 외국인 직원 G에게 괜히 시비를 걸었는 모양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밀치고 해서 경찰이 출동을 했다고 하고요. 당연히 작업반장에게 이 소리를 뒤늦게 전해들은 저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고, 화요일(9일) 기숙사를 뒤져서 방에 숨어있던 F를 발견하자 "너는 이제 우리 직원이 아니니 당장 나가라"고 야단을 쳤죠.

다음 날인 수요일(10일), 저는 고용노동부 **지청에 F의 무단결근을 사유로 '외국인 근로자 고용변동 신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F가 시민운동단체를 앞세워 부당해고라고 주장합니다. 이 F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중앙2014부해1252 사례를 참조해 재구성한 사례

갑 사장님, 참으로 갑갑하시겠습니다. 하지만 갑 사장님의 행동은 조금만 달리 보면 전형적인 갑질입니다.

갑 사장님뿐 아니라 수많은 고용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과 부대끼며 사업을 꾸리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취업자가 93만여명을 이미 웃돈답니다. 연평균 10%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아마 금년 초 1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100만 외국인 근로자 시대'가 열렸지만, 아직 싸게 부릴 수 있는 인력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기본틀에는 변화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제도적으로도 독소조항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죠. 2004년 고용허가제의 도입 이래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일단 입국하면 마음대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일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이라고 노동운동가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가 적지 않은데요. 다만 이는 고용안정질서 관리 때문에 불가피한 틀이라는 반박도 만만찮습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제25조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는 이동 횟수도 원칙적으로 세 차례만 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요.

이동의 자유가 없으니 이를 악용해 툭하면 자른다(막상 해고하지도 않으면서)고 몰아세우면서 폭언과 폭행 등을 가한다는 문제가 종종 있었고, 견디다 못해 도망쳐서 다른 곳에 일하러 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나 이런 이탈을 당국에서는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외국인고용법 제17조와 외국인고용법 시행령 제23조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5일 이상 무단 결근하는 등 문제가 일어나면 변동신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불법체류 노동자로 신분이 바뀌는 셈이죠.

문제는 이번 사안처럼 한국인 직원과 달리 쉽게 쫓아내겠다고 선언한 후 어물어물하는 사이 시간이 흘러가면 무단 결근 5일 이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사안 속 갑 사장님은 F 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을 줄로 믿습니다. 안타깝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홧김에 구두로 쫓아낸다고 한 것을 정당한 해고 절차로 보기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나 제27조의 내용을 종합하면 해고는 서면으로 정당한 이유를 갖고 통지해야 합니다.

또 이 사안에서는 F가 아프다는 핑계로 숙소에 머무는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지만, 바로 해고를 하겠다고 갑 사업주가 화를 내면서 근로를 제공해도 받지 않겠다 선언한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단 이탈해서 5일 이상을 보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 문제의 기간에 기숙사에 머문 것으로 일단 볼 수도 있고요. 공장에 나왔다가 다른 외국인 G와 시비가 붙기도 한 점도 종합하면 F가 근로를 제공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단서가 됩니다. 아울러 목요일이 공휴일로 쉬는 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날짜를 꼽아보면 이를 근로일에 산입할 게 아니기도 하죠.

결론적으로 F는 평소 행동 등을 종합하면 괘씸하긴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무단 결근을 했다 보기도 어렵고, 설사 업무에서 무단 이탈한 것으로 보더라도 이를 회복하려고 돌아온 경우라는 점을 참작해야 합니다.

당국에 이미 변동신고를 했더라도 직후에 문제의 외국인 근로자가 복귀를 한다면 그의 소명을 들어보고, 타당한 구석이 있다면 직후에 이를 철회하는 게 상식에 맞다고 실제 결정례에서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결국 외국인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노비가 아닙니다. 그러니 도망간 노비를 잡아들이는 '추노(推奴)' 같은 성격의 고용변동 신고 등 제도가 있는 자체가 안타깝기는 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부득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합법적 근로관계에서 불법상태로 이탈한 외국인 근로자를 색출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사실상 막무가내로 쫓아내겠다 몰아붙이고 이 제도를 악용해 무단으로 결근, 이탈을 한 것처럼 신고하기까지 한다면 도리가 아니겠죠. 바로 그러한 일이 벌어질 아주 작은 가능성 때문에, 갑 사장님처럼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보호하는 엄격한 해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