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강아지를 다섯 마리까지 키워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2015년 7월 고양이 한 마리는 '문제없다'며 호기롭게 '턱시도냥'을 입양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어떤 동물과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게 평소 필자의 생각이었는데요. 강아지, 열대어, 뱀, 거북이,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키워봤지만 고양이는 정말 여러 의미로 '하늘이 내린 동물'이더군요. 2년차 초보 집사가 겪은 '좌충우돌 냥덕입문기' 지금 시작합니다.
퇴근 후 집 앞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면 집 안쪽에서는 필자의 반려묘 '후추'가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마치 "집사 이제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필자가 집안에 들어서도 후추의 잔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가방 내려놓을 틈도 없이 물을 갈아주고 사료를 채워주고 나서야 제 주변을 빙빙 돌며 내뱉던 잔소리를 멈춥니다.
대표 반려동물인 개는 소리와 표정, 행동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지만 고양이는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동물 중 하나인데요.
얼핏 들으면 다 같은 '야옹' 같지만 '야~~~옹'하고 길게 늘이는 소리와 짧게 '냥'이라고 내뱉는 소리 등 소리의 높고 낮음,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양이들의 속내가 같은 소리로 표현되진 않겠지만 대부분 '야~~~옹'하고 길게 내뱉는 소리는 부정적인 뜻을, '야옹' '냥' 등의 짧고 경쾌한 소리는 일상적이거나 긍정적인 뜻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후추가 입 밖으로 내뱉은 소리보다 초보집사를 당황하게 만든 소리는 따로 있었는데요. 후추를 입양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후추 담당수의사는 "후추 아직 아기인데 꾹꾹이를 하거나 가르릉 소리를 내나요?"라고 물었고, 필자는 "꾹꾹이는 한 적 없는데요. 후추 목에서 자꾸 '가래 끓는' 소리가 나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후추 목에서 가릉가릉하는 소리가 나서 걱정되던 차였거든요. 그 소리가 목감기 걸렸을 때 제 목에서 나던 소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고양이는 기분이 좋으면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긴장 상태에서도 가르릉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분이 좋거나 편안할 때, 지금 상황이 만족스러울 때 내는 가르릉 소리를 '골골송'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후추가 내는 소리 중 제가 애정하는 소리가 있는데요. 생후 1년을 넘겨 이제 자주 들을 수 없지만 그 소리만 들으면 '심쿵'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바로 고양이가 밥을 먹을 때 내는 소리인데요.
https://youtu.be/nD3U-R5yyM4 링크를 누르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소리는 주로 아기고양이때 많이 내는데요. '아릉아릉 냥냥냥 냠냠' 아마 '밥맛이 좋구나' 정도의 뜻 같습니다. 성묘가 되서도 가끔 배가 고플 때 밥을 주면 그 소리를 내곤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내는 특이한 소리가 있는데요. 이 소리는 '채터링'이라는 정식 명칭도 있더라고요.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후추의 경우 진짜 사냥감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추의 첫 채터링 대상은 컴퓨터 모니터 속 '마우스 포인터'였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던 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후추가 갑자기 움직이는 마우스 포인터를 향해 '갸갹' 소리를 내더니 풀쩍 뛰어올라 모니터 속 마우스 포인터를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포인터를 향해 '갸갹' '갸갸갹' 소리를 내던 후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요즘에는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겠다고 ‘갸갹’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고 있답니다.
아!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웨덴 룬드대학교가 고양이의 모든 울음소리를 번역하기 위해 5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르면 2021년 집사와 고양이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구팀은 각국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배고플 때, 행복할 때, 화났을 때 등 고양이 기분에 따른 다양한 울음소리를 녹음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