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홍장 당진 시장이 송전선로·석탄화력저지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7일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벌인 단식농성을 두고 당진 지역에선 말들이 많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SK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의 완전한 철회 △당진화력 송산2산단 구간 및 북당진에서 신탕정 구간의 송전선로 지중화 △북당진 변전소 관련 소송 취하 △당진화력 야외저탄장 옥내화 △제5, 6, 7차 전력수급 계획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범대위 측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철회를 강하게 주장했다. 발전소가 미세먼지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지역이 환경·재산 면에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당진 지역에서는 50만㎾급 8기의 석탄화력발전이 가동 중인데, 이 외에 100만㎾ 2기가 추가로 건설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발전소 건설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발전소로 인한 오염된 당진'을 한껏 부각시켰다. 그리고 공공연하게 널리 알렸다. 당진에서 '싱싱한 농수산물'을 타지역으로 내다 팔고 있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갈 일이다. 이 때문에 김홍장 시장의 단식농성에 대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빈축이 나온다.
김홍장 시장 등이 단식농성을 마치며 발표한 성명서엔 김 시장이 농성에 참여한 이유 등이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SK에코파워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무기한 연기했고, 아쉽지만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과 함께 단식농성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입수한 자료나 관계자들 인터뷰 등에 따르면, 정황이 뭔가 이상하다. 정부가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는지 여부도 정확하지 않았고, 김 시장이 농성에 임하는 태도도 수상쩍은 구석이 보였다.
김 시장은 이번 '퍼포먼스'를 '무기한 농성'이라며 시작했다. 하지만 당진시 내부 회의자료를 보면, 당진시 측은 애당초 '7일간 농성' 계획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승인을 취득했다. 7일간만 농성하기로 정해놓고 '무기한 농성'이라는 다분히 선동적인 선전을 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 시장 측은 농성을 하기 전에 해양수산부에서 에코파워발전소 관련 공유수면매립계획이 승인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기자는 해수부 연안관리심의위원회가 지난 7월19일 오후 2시에 열려 공유수면매립계획을 승인한 사실을 취재 결과 확인했다.
공유수면매립계획 승인이 선행돼야 이에 따라 전원개발실시계획이 승인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당진시와 범대위 측에선 공유수면매립계획 무산을 위해선 별 요구를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단식농성이 큰 의미가 없음을 사전에 알고도 농성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에코파워 화력발전소 건립에 따른 전원개발실시계획이 무기한 연기된 사실을 확인해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범대위 관계자는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여러 국회의원 중 한명이 그렇게 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당진 시장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농성에 나섰는지, 무슨 이유로 나섰는지 궁금했다. 당진시 담당공무원에게 물었더니 "당진 시장은 범대위에서 하는 일정에 동참만 했다"고 한 발 빼는 태도를 보였다. 범대위가 하니까 시장도 따라했을 뿐이라는 정도의 대답으로 들렸다.
당진 시장은 서울 한 복판에서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농성장에 대체 왜 갔을까.
산업자원통산부 관계자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산자부 측의 답변은 당진시 성명서와 달랐다. 관계자는 "에코파워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과 관련해 당진시에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답변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몇 가지 정황을 놓고 볼 때 김 시장의 이번 단식농성은 '이상한 서울 나들이'였던 것 같다. 당진시에서는 당진 시장의 이번 농성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당진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예약이 취소되는 등 판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고, '미세먼지로 끙끙 앓고 있는 당진시'라는 다소 과장되면서도 안타까운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진시의 한 관계 공무원은 "(지역 농수산물 판매) 예악취소로 민원이 야기되고 있어 민원인들에게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자치단체장이 서울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면 이는 흔하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참여 이유가 불분명하고, 참여 의지도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 '득 보다 실이 많은' 그런 자리는 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