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ICT와 언론의 융합…로봇기자님은 안녕하신가요?

막 오른 '로봇저널리즘' 맞춤형 기사 양산 미래상 제시

임희빈 인턴기자 기자  2016.07.30 10:02:3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026년 어느 여름, 비전언론사 임미래 기자는 편집국으로 출근하는 길이다. 임 기자와 같은 팀의 선배 5명이 모두 휴가를 떠났지만 임 기자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일당백'으로 통하는 로봇기자 '알파Z'가 있기 때문이다. 알파Z는 증시, 스포츠, 날씨, 재해 보도까지 비전언론사의 에이스답게 업무능력도 다양하다. '하늘야구팀 다소 아쉬운 플레이' '태양기업 주가 급상승'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전달 기사는 로봇기자가 최고다. 4~5명의 기자들이 할 몫도 척척. 아무리 많은 일을 맡겨도 묵언 수행이다. 덕분에 임 기자는 자신의 취재기사에 집중할 수 있다.

'로봇저널리즘'은 로봇 기술과 언론이 합쳐진 말로 알고리즘 로봇이 정해진 프레임워크(Framework)를 따라 기사를 쓰는 형태의 저널리즘을 말한다. 현재 로봇저널리즘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고 이미 국내외 신문사들이 상당부분에 로봇기자를 고용했다. 인간기자와 로봇기자가 상생할 시대가 머지않았다.

◆로봇기자, 증시기사에서 지진속보까지 활약 중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로봇기자를 도입해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LA타임즈>의 '퀘이크봇'은 2014년부터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동으로 작성해 바로 보도한다. 6.0 이하 지진에 대해 작성된 기사는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보도여부를 결정한다.

영국 <가디언도> 'GUABOT'를 제작해 2013년부터 <The Long Good Read>라는 주간지를 발간하고 있다.

국내 로봇저널리즘은 도입 초기 단계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의 HCI+D(Human Computer Interaction+Design)랩의 이준환 교수팀이 기사 알고리즘 로봇을 개발했다. 이후 연구팀의 김동환 연구원이 프로야구 뉴스로봇 '야알봇'을 선보였다. 야알봇은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자동으로 요약, 정리해 기사를 작성한다.

국내 신문사 중 <파이낸셜뉴스>가 최초로 이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올 1월부터 7월까지 로봇기자 1호(IamFNBOT)가 쓴 증시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로봇저널리즘만을 다루는 <로봇저널>도 등장했다. <로봇저널>은 현재 고속도로 상황이나 공연, 전시회 일정에 대한 자동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로봇저널>은 자동화 기사 로봇 개발 소스를 공개하며 로봇저널리즘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조석진 <로봇저널> 대표는 "IT 언론사에서 로봇저널리즘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가끔 접했으나, 로봇저널리즘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언론사는 찾을 수 없었다"면서 "향후 로봇저널리즘이 언론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로봇저널>을 창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죽의 대승을 거두었다" 인간 못지않은 표현능력

데이터를 분석해서 단순한 기사를 작성하는 데 인간기자보다 로봇기자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로봇의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로봇기자는 어떻게 기사를 작성하는 것일까.

국내 로봇기자들은 동일한 프레임워크를 따라 기사를 작성한다. 프로야구 뉴스로봇을 개발한 김동환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프레임워크는 5개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먼저 △데이터의 수집,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있는 이벤트를 처리하는 단계인 △데이터 분석단계, 1~9회 경기 중 승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순간을 찾아내는△이벤트 추출 단계, '대승을 했다' '박빙의 승부 끝에 신승을 했다'와 같은 기사의 테마에 따라 분위기를 정하는 △기사의 분위기 결정단계, 마지막으로 △기사작성 단계를 거쳐 기사가 완성된다.

한화 타선 제대로 폭발! SK는 씁쓸한 패배
2016년 7월6일, 한화 13 對 2 SK, 문학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SK와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에서 한화가 포문을 연 송광민의 내야안타 이후 타선이 폭발하면서 SK를 상대로 파죽의 대승을 거두었다. 한화는 16안타 1홈런을 몰아치며 기량을 과시했다. 한화는 0:0으로 경기 중이던 3회 초, 송광민이 내야안타를 터트리며 1점을 얻었다. 로사리오, 차일목, 이성열 역시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1회 초 한화는 2사 2루 상황에서 김태균의 볼넷으로 2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김경언의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헌납해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후 2회 초에는 1사 2루 득점찬스를 맞이하였으나 차일목의 삼진과 권용관의 삼진으로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중략)

2회 말 SK는 1사 2루 상황에서 최정의 볼넷으로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으나 이후 이재원의 병살타로 이닝이 종료되며 득점에 실패했다.

끝내 경기는 한화의 시원한 승리로 끝났다.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한화는 3연패에서 벗어났으나 현재 10위(승률 0.403) 리그 최하위이다. 한편 SK는 현재 4위(승률 0.513)이고 2타점을 기록, 다소 아쉬운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 기사는 이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작성 알고리즘 야알봇이 작성한 프로야구 기사다. 섬세한 묘사와 표현력이 드러나고, 매끄러운 문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평이 이어졌다.

득점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팀의 전체적인 경기가 어땠는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후 기사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이에 맞는 표현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선호 야구팀 소식만 골라 맞춤형 개인뉴스 가능할 것

로봇저널리즘은 앞으로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의 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진 요즘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 로봇기자는 반가운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연구원은 "지금 스포츠 뉴스 로봇이 보도하는 기사는 경기상황을 열거하듯이 쓰기 때문에 독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면서 "선수들이 잘한 부분만 보거나 자신이 선호하는 팀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기사를 원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은 아직 적절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화된 기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면서 "기자는 100명의 사람에게 100개의 기사를 써주기 힘들지만 알고리즘 로봇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팀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고, 로봇의 패턴 학습이 이뤄지면 다양한 분위기의 기사를 맞춤형으로 독자들에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로봇기자가 사용하는 언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 CCTV가 한국 로봇저널리즘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로봇기자는 중국어 기사를 써서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현재 메이저리그 야구경기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부분도 연구 중이다.

◆빠르고 정확한 분석 vs 단순 소비형 뉴스 양산

전문가들은 로봇기자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정보의 정확성과 시간의 절약을 꼽는다. 로봇의 알고리즘이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기 때문에 재난 경보, 스포츠 경기, 주가동향 등에 탁월하다는 것이다.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저널리즘 스쿨 원장은 "지진발생을 알린다거나 단순한 기사를 작성하는 데는 는 오히려 로봇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다만 그 역할은 제한될 수 있으며, 주로 기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로봇저널리즘의 방향성을 예측했다.

현업 기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지숙 프라임경제 증권담당 기자는 "증권기사는 주가 상승이나 투자자별 매매동향 등 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로봇기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실수가 없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작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분석기사는 로봇기자들이, 취재가 필요한 부분은 인간기자들이 담당한다면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파이낸셜뉴스의 증권담당 기자는 "결국 얼마나 읽히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로봇기자들이 인간기자들보다 읽힐 만한 기사를 쓰고 실제로 많이 읽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면서 "기자들이 보는 통계가 있는데 확인한 바로는 그리 많이 읽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로봇이 산출하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로봇기자는 인간기자들이 해오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달리 생각해보고 비틀고 끼워넣는 함축적 메시지까지는 전달하지 못한다"면서 "어디까지나 기계가 하는 일은 통계의 영역이다. 때문에 로봇이 통계로만 제시할 수 없는 부분을 인간기자들이 발굴해내야 하고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미 없는 기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루에도 수천개의 뉴스가 쏟아져 나와 '뉴스를 소비한다'고 말하는 시대에 로봇기자가 과연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자가 직접 쓴 기사는 기자의 가치판단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로봇기사와 다르다. 사건의 시대적 의미를 판단하거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의 일면에 숨은 것들을 파헤쳐서 보도하는 것은 로봇이 수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로봇기자의 한계점을 짚었다.

개발자와 관련 전문가들은 인간기자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연구원은 "과도하게 인간의 인지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인간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점을 알고리즘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세로 연구에 임한다. 컴퓨터는 수단이나 방법이 아닌 문제해결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로봇저널리즘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새로운 첨단기술이 인간의 영역에 들어올 때는 항상 양면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제공하는 편의는 누리되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그 자리에서 성실히 수행하는 탄력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적대감보다는 기대감을 갖고 로봇저널리즘의 발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