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터뷰] '국악시장 블루오션 개척'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

2030 여성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주목…세계 돌며 아리랑 지킨 경험 접목

안지예 인턴기자 기자  2016.07.29 21:33:3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동북공정이 터지고, 중국이 '아리랑'을 탐내자 어린 시절 동포들과 함께 불렀던 기억이 한 청년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아리랑이 우리나라 민요임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카페베네'에서 1억원의 투자를 받아 '아리랑 유랑단'을 꾸렸다. 청년은 16개 국가를 돌아다니며 단원들과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30)는 "세계인들은 한복, 아리랑 등 한국문화를 좋아하는데, 정작 한국 사람들만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비참한 현실을 바꾸고자 '아리랑스쿨'을 시작했다. …

아리랑스쿨 창업 전 문 대표가 주목했던 건 2030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다. 텔레비전을 보고,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루는, 또는 무용(한국무용)을 취미로 하는 2030 여성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국악이 기성세대의 취미라고 여겨지는 현 시점에서 2030 여성들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블루오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리랑스쿨은 보다 저렴한 수강료로 일반인들이 한국문화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가야금 △서예그라피 △한국화 △한국무용 등의 수업을 운영 중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기획, 외부 교육도 진행한다. 

수강생은 현재 180명으로 한 명당 수강료는 10만원이다. 문 대표를 포함해 직원은 총 5명. 소속 프리랜서 강사는 약 80명이다. 외부 공연 수입까지 더해 월 매출은 2000만원가량이다.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전국 24개 대학 국악과 전공자들이 한 해에 900명이 배출됩니다. 하지만 KBS 국악관현악단은 일년에 한 명,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 명도 뽑지 않을 때가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악과 나와서 수요가 많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 대표는 이런 현실에서 아리랑스쿨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에게 창업은 '특별한 자신의 비전'이다. 이는 그가 창업을 꿈꾸는 다른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창업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특별한 소명의식과 소셜 미션이어야만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진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왜 이사업을 해야만 하는지, 왜 내가 그 일에 필요한지, 또 이를 통해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문현우 아리랑스쿨 대표와의 일문일답.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집안이 어려웠을 때 고시원방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는데 조금만 떠들면 옆방에서 뭐라고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에서 유학할 당시 재외동포들과 밖에서 떠들고, 아리랑을 불러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이 오히려 칭찬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떠들자라는 생각을 했고, 붉은악마에 가입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기억들이 중국 동북공정과 맞아 떨어지면서, 내가 이 아리랑을 지켜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는 아리랑이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네이버에 댓글을 다는 것으로 '할 거 다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한 발 더 내딛어 '아리랑 유랑단'을 만들게 됐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고민했나.
▲사람들은 평소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What'에 집중하는 거 같다. 돈을 벌어야겠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집, 차를 사야겠다는 What에 집중하다 보니 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는 'Why'에 집중했다. 왜 나여야만 하는지, 왜 이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정해야 한다.

-출신 대학에서는 어떤 지원을 받았나.
▲없었다. 지금이야 창업선도대학이다 해서 많겠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관광경영학과를 전공해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레이더를 이곳에 맞췄다.

내가 원하는 분야를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하는지가 중요한 거 같다. 과잉 정보 속에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지 잘 알아서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 한국관광공사 창업공모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대상을 받아 5000만원이라는 초기 자본을 마련했다. 상금으로 악기도 사고 공간을 마련했다.

-창업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가.
▲국악 전공자가 아닌 이 분야를 잘 모르는 관광 전공자가 하니까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오히려 잘 모르는 다른 색이 들어옴으로써 기존 색에 더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관계도 너무 어려웠다. 직원들도 또 다른 나의 고객이었다. '청소를 하자'는 말도 혹시 직원들 기분 상할까봐 하지 못했다. 직원 눈치도 보고, 계약하고 있는 단체나, 수강생, 선생님들과의 관계 등이 제일 어려운 거 같다.

수업 중에 옆에서 떠들다가 선생님 몇 분과 갈등이 있었던 적도 있다. 대표라고 해서 감사를 받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청년창업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그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 나 역시 사업도, 국악이라는 분야도 모두 처음이었다. 가야금 마이크를 울림통이 있는 가야금 밑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시작에 앞서 완벽한 것은 없다. 하면서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