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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화대기음에서 아이템 발견' 민재명 애드링 대표

"1분간 광고 듣고 휴대폰 요금 내세요"

안지예 인턴기자 기자  2016.07.29 2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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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따르릉 따르릉' 30초에서 1분간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통화대기음이 지루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통화대기음 대신 음성광고를 듣고 일정 금액을 적립해 휴대폰 요금 또는 커피를 살 수 있는 '애드링(ADRING)'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민재명 애드링 대표(28)는 전화를 걸고 기다릴 때 의미 없는 시간을 가치있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민 대표의 생각과 대부분의 소비자가 느끼는 통신비 부담이 만나 애드링을 탄생시켰다. 애드링 서비스는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통화를 할 때 통화대기시간에 나오는 수화음 대신 음성광고가 노출되는 서비스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음성광고를 들을 때마다 일정 금액(5원)이 적립되는 리워드 앱이다.

통화대기시간을 이용한 징글(Jingle) 플랫폼 애드링이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10만 다운로드수를 돌파했다. 올해 3월 애드링 서비스 론칭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3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외부 징글 광고도 10개 이상이다.

민 대표를 포함해 정직원 5명과 파트타임 4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 애드링은 올 9월에 인턴 6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애드링 사무실은 서울대학교 SK경영관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SK 상생혁신센터로 스타트업 인큐베이팅(Incubating) 센터다. 스타트업 보육기관인 이곳에서 공간 제공, 네트워킹, 노하우,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받고 있다. 애드링은 창업선도대학, SK 및 각 기업 또는 개인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IT기반에서 출발한 기술창업의 경우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현실이다. 대기업들도 Fast-Follower(새로운 제품,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그 기업을 말한다)로 베끼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트업들에 대해 '해외모델을 가져온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민 대표는 "모방이 아니라, 우리가 해외로 진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조금 더 사례가 있으면 더 많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텐데…. 우리가 바로 그 사례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 아이폰에서는 애드링 어플을 다운받을 수 없다. 아이폰은 보안이 까다롭기 때문. 민 대표는 내년 정도 100만 다운로드만 되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다음 달 출시될 애드링 2.0버전은 고객들이 좀 더 많은 적립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창업 이후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 투자를 해주겠다고 하는 데도 있었다. 어느 투자자는 카이스트 대학에 위치한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강연 연사로 참여했다가 민 대표의 발표를 보고 연락을 준 경우도 있었다.

"당시 팀원들과 함께 반지하 숙소에 살던 때였어요. 투자자가 숙소로 직접 와서 '예전에 그 나이 때 반지하에서 창업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며 계약서도 쓰지 않고 투자를 해주셨죠. 돈뿐만 아니라 책과 경험을 나눠주셨던 투자자는 '잡코리아'의 창업자로 지금은 저의 멘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스타트업 데뷔무대인 '데모데이' 행사에서 민 대표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애드링이 알려지게 됐다. 데모데이는 스타트업의 성과나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다.

청년창업가인 민 대표, 그럼에도 그는 우리나라 청년창업이 과연 잘 진행되고 있는지, 외국의 모델을 가져오는 것이 과연 창조라고 말 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대부분이 모방 경제인데 이런 식의 모방 경제라면 기존의 대기업에서 하는 탑다운 방법으로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면서 "모방 경제 사회를 개선하려면 하나의 혁신적인 좋은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드링이 그 하나의 좋은 예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과거 '컬러링'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출시돼 해외로 뻗어나간 것처럼, 민 대표 역시 해외사업을 진출을 위해 현재 일본과 중국을 오가고 있다.

다음은 민재명 애드링 대표와의 일문일답.

-광고 업체 선정 기준은.
▲브랜딩 광고에 최적화된 매체를 찾는다. 예를 들면 '서울사이버대학교' '청정원'처럼 소리로 브랜딩이 가능한 것.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광고는 계속된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주거나 계속해서 개선시키려는 의도다.

이미 익숙한 '징글'은 연상효과도 뛰어나다. 즉, 이미 징글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꾸준하게 그 브랜드를 수요자에게 입력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영화 광고도 가능하다. 영화에서 나온 유명 대사 및 문구를 이용해 광고를 새로 만든다.

-창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창업 초창기에 대전 한남대학교에서 창업선도대학 지원을 받았다. 후속 사업은 순천향대학교에서 했다. 창업선도대학은 학생 신분일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가능하다. 또한, 처음 사업 지원을 받고 그 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후속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한남대, 순천향대에서 총 7000만원을 받았다.

창업준비는 2014년도에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최하는 SK텔레콤 보육교육에 참여하며 시작했다. 아울러 서울에 위치한 '디캠프'라는 청년창업가재단에 입주해 기술개발 등에 주력해왔다.

-대표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회사는 지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를 위한 좋은 사례가 돼야 한다. 꼭 그런 사례가 되고 싶다. 대표는 이것이 임무인 거 같다. 팀원들도 나를 많이 믿지 않는다. 대표를 너무 믿어버리면 대표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들의 일은 자신들이 하려고 한다. 다른 대표들은 자신이 다 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만한 능력도 안되고, 나보다 잘하는 개발팀 팀원들에게 맡긴다. 내가 잘하는 것은 협조와 설득이다.

-남다른 기술특허를 보유했는데.
▲우리 회사는 기술특허를 많이 낸 편이다. SK에서 특허 9건을, LG에서 4건을 지원을 받았다. 지식재산권도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창업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지원기관으로부터의 '갑질'이다. 창업하면서 교수님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훌륭한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 함부로 대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함부로 대한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하하.

그러나 회사가 조금씩 나아지면 함부로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함부로 대하는 설움을 많이 당했다. 정신병 걸리기 쉬운 직업이 CEO다.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실제로 정신과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회구조 상 압박이 너무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지원을 받으면서 배워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지원을 많이 받는다고 잘되는 건 아니다. 선한 목적,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말 노력을 했다면 그 노력은 어디 가지 않고 어딘가에는 쓰이니 너무 상심하지 않길 바란다.

나 역시 예전에 투자자에게 망할 거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가 투자자 분께서 "투자를 할 때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지 이상한 악성 조항을 가지고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회사도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고 연대 보증이 걸려있다.

회사를 개인 사유물로 여기지 말라고 하면서 회사가 위험에 처해있으면 대표한테 갚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대표가 회사를 개인 소유물로 여기지 않을까? 이런 구조는 개선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