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예 인턴기자 기자 2016.07.29 21:32:56
[프라임경제] 섭씨 30도를 훌쩍 넘긴 찜통더위, '대프리카(대한민국+아프리카)'의 한 가운데서 길을 나섰다. 지난 27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청년창업지원센터 청년창업 사무실은 바깥 공기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렸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청년창업가들은 상품개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 나와 회의를 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 이들은 투자자 미팅 등 외부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이어 팀을 이룬 또 다른 청년창업가들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9%로 지난해 4월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통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실업자수도 48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9000명 늘었다.
이같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으로 인해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1분기 청년창업률은 작년 4분기보다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취업절벽 시대, 청년창업 지망생 또는 청년창업가들이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곳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지원 대상으로 선발된 이들 청년에게는 창업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준다.
이 밖에 청년창업지원센터는 창업 맞춤형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가 컨설팅과 마케팅, 홍보 분야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창업선도대학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 다양
청년창업지원센터 외에도 창업선도대학,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지원하는 청년 푸드트럭, 학교 내 창업동아리 등 청년들에게 창업을 지원하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창업 지원금, 교육 프로그램, 장소 제공 등 지원 종류와 방식도 많다.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창업선도대학이다. 창업선도대학은 창업진흥원 주관 아래 운영되는 창업지원 인프라와 역량이 우수한 대학을 말한다. 청년들에게 창업교육, 아이템 사업화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총 지원금액은 753억원에 달한다.
서울지역에 6개 대학(건국대, 동국대, 숭실대, 연세대 등), 경기지역(경기대, 단국대 등) 4개 대학을 포함해 전국 34개 대학이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 현재 운영 중이다.

창업선도대학 중 하나인 숭실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참여도에 따른 창업 장학금 △창업 준비활동 및 창업을 통해 학습목표를 달성할 경우 학점으로 인정하는 창업대체학점 제도 △우수 벤처 또는 창업기업체에서 인턴을 해보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기업, 언론, 투자자들과 만남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학생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마일리지 제도 등을 지원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실제 창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많다. 또한 창업 후에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청년창업자인 허정발 DINO 대표(26)는 숭실대학교 창업지원단 프로그램에서 팀원들을 조성했으며, 한 분기(6개월)당 200만원의 창업 준비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한 경우다. 허 대표는 현재 숭실대 안에 위치한 사무실을 창업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으면 임대료도 50% 감면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을 한 뒤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창업 팀들을 대상으로 해외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특허 프로그램을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연세대는 참가비, 항공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이템 점검을 위한 해외 멘토링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창업 강좌를 처음 시작한 2000년에는 3개의 강좌만 진행됐지만, 현재는 24개 이상의 강좌가 열리고 있으며, 수강하는 학생도 1000명이 넘는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관심이 많아서 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많지만 실제로 창업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면서 "오히려 스타트 업에 취업해서 같이 일해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학생들을 위해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9월 6~7일 이틀 동안 연세대 내 공학원 아트리움에서 스타트업 채용박람회를 대규모로 개최한다. 박람회에는 학교 내부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과 외부 기업 총 43개 스타트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 내 박람회를 추진했으며, 학교 내 박람회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등 인근 대학 학생들의 박람회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창업동아리·지자체 지원 적극적 자세로 문 두드려야
청년창업의 길은 비단 학교에만 열려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창업동아리를 비롯해 서울시청, 경기도청 등 지자체와 각 공공기관에서도 청년 푸드트럭 등 창업 프로그램 운영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유일한 창업동아리 'SNUSV'는 한 학기 동안 매출과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방학 동안은 컴퓨터 개발 및 마케팅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기수에서 1~2명의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입시교육 및 컨설팅 회사인 '이투스', 무료게임 전문회사 '게임비' 창업가들이 이 동아리 출신이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청년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푸드트럭 창업 활성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데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으며, 창업을 원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푸드트럭의 장점은 다른 업종에 비해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 기업에서는 1명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10억 정도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푸드트럭은 약 30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1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경기도는 공용재산에 푸드트럭 도입 시 취업애로계층인 청년 및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하고 있다. 청년 및 취약계층은 최대 4000만원까지 금리 1.19%로 대출 가능하다. 푸드트럭 경영컨설팅부터 창업 이론 및 실습 교육을 하는 창업아카데미를 개설해 지난해에는 총 5기, 8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아울러 지역행사와 축제에 푸드트럭 영업 연계 등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경기도 내 영업신고 된 푸드트럭 65대 중 청년 소유의 푸드트럭은 35대다. 올 하반기에는 푸드트럭 50대 경영 컨설팅이 예정돼 있다. 푸드트럭 월 매출은 잘 되는 곳이 월 1000만원 이상, 보통인 곳은 300만~400만원이다. 잘 안되는 곳은 100만원 정도다.
토스트, 햄버거 등 분식류와 커피가 대다수의 메뉴를 이루며, 식품위생법에 따라 고속도로졸음쉼터, 청사 등 공용재산, 관광지, 대학, 도시공원, 유원시설, 체육관 등 체육시설, 하천부지로 영업이 제한돼 있다.
엄기진 경기도 규제개혁추진단 주무관은 "향후 장소가 계속 확대될 경우 좀 더 용이하게 창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청년들이 자기 점포를 마련하기 위한 디딤돌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도청에서 지원을 받아 올 3월부터 경기도청 남부지사(수원) 내 대운동장 앞에서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곽보미씨(28)는 "적은 창업비용과 고정 자리가 있다는 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고, 내 가게라는 뿌듯함과 책임감이 크다"며 청년이라면 꼭 도전해보기를 추천했다.
◆최저 예산으로 성과…소셜미디어 마케팅이 답이다
청년창업 분야는 △지식 콘텐츠, 문화 콘텐츠 등의 업종인 지식 창업 △소프트웨어개발, 모바일 창업 등의 IT벤처 창업 △패션디자인, WEB 디자인의 디자인 창업 △온라인 쇼핑몰, 유통업 등의 일반 창업 등으로 나뉜다.
학교나 정부,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한 청년창업가들은 마케팅 단계로 들어선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청년창업가들의 경우 최저의 예산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필수로 꼽힌다.
각 학교나 기관에서는 국내에서 많이 활용하는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 특성에 맞춰 마케팅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차별화해서 인식시킬 것인가의 문제인 콘셉트 잡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가영 소셜마스터 대표는 "제품이 출시되고 그것이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의 매스미디어 마케팅은 완성된 후 최상의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지만, 지금의 소셜 마케팅은 과정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창업자, 혹은 마케팅 담당자만의 여러 가지 노력, 에피소드, 과정 등 희로애락을 공유하다보면 소비자들이 단순 소비자들이 아니라 창업자의 지지자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지속적으로 소통하다보면 '그 제품 언제 나와? 그 제품 내가 사줄게'라고 기다리는 고객도 생긴다는 얘기다.
이 같은 고객층을 미리 만들어 두면 창업을 하면서 겪는 힘든 기간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청년창업가들에게 소셜 담당자를 따로 두는 방법도 추천하고 있다.
◆"창업만이 길이 아니다…취업이 더 쉬울 수도"
하지만 넘쳐나는 정부와 학교, 동아리 등의 지원에 힘입어 창업에 성공한 청년창업가들은 하나같이 섣부른 창업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만큼 청년창업자들을 위협하는 요소가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 청년들은 처음 하는 창업에 돈 거래, 정형화된 서류 작성법 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처음 창업을 하고나서 학연이나 지연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인맥 부족 △인간관계 등이 어려운 요소로 지목된다.
김병재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SNUSV 부회장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 아이템에 공감하는 팀원을 꾸려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초창기에는 팀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지분을 주고 하는 건데, 이것 역시도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관문을 하나씩 뚫고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매출을 내면서 점차 커가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청년창업가들이 당면한 현실이다. 허정발 DINO 대표는 "창업동아리에서 3년 이상 이어가는 회사들이 없다"고 전했다.
허 대표가 학교 내 창업동아리에서 한창 활동할 때는 창업을 준비하는 수십개의 팀이 있었지만, 현재 운영이 잘되는 3팀, 버티는 2팀 정도를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허 대표 역시 자신의 아이템 외에 다른 외주 일을 하면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청년창업가 민재명 애드링 대표(28)는 지원 기관의 '갑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창업 초창기 때는 함부로 대하는 설움, 모멸감을 많이 느꼈다"면서 "구조 상 지원 기관으로부터 실적 압박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느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그쪽에서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고 이는 창업가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면서 "현실을 이해는 하지만 투자자들 또는 지원 기관이 조금 더 장기적인 플랜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의 결과물이 나올 수 없으며, 압박을 한다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민 대표는 "회사의 실적이 높아질수록 그나마 '갑질'은 수그러드는 거 같다"며 "단기적인 지표에 매몰되는 순간 혁신은 물 건너간다"고 창업 지원 이면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창업을 지원하는 학교 측에서도 섣부른 창업에 우려를 표했다. 학생들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창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기홍석 숭실대 창업지원단 계장은 "청년창업에 대한 정부 예산이 더 늘어가고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건 학생들 자신"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이 사업이 실패하게 될 경우도 있고, 빚쟁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지원단 팀장은 "한동안 창업은 취업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취업만큼 힘든 것이 창업이라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늘어나는 학교와 정부 지원 아래 그만큼 진지하게 임하는 청년들의 자세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