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시대, 선비들은 현대인과는 다른 목적으로 산과 물을 찾았고, 다른 기록을 남겼다. 현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조선 선비의 산수유람 기록은 매우 비생산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글은 집 근처 산조차 여유롭게 찾아갈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당연히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또 사회적·신분적 제약 등으로 마음먹은 대로 산을 유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선비에게는 금강산을 오르는 것이 평생소원이었을 정도로 명산 유람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허용된 일이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산수유람 기록은 매우 소중한 독서물이었다. 대부분의 선비들은 직접 산에 오르지 못하는 대신 다른 이의 유람록을 읽으며, 사랑채에 누워서 팔도강산의 이름난 산수를 유람했다. 그렇게 해서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말한 공자의 가르침을 따랐다.
이 책은 정원림의 '동국산수기' 및 기타 몇 편의 산수유기 수작들을 모아 재구성했다. 여러 유명한 산수유기 중 유몽인의 '유두류산록'과 최익현의 '유한라산기' 등 20편을 선정했다. 그리고 해당 작품들을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산이 변화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집필 시점을 기준으로 계절순으로 재배치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들였다.
한반도의 △지리산 △한라산 △오대산 △두타산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산과 생소한 산이 모두 있어 흥미를 돋군다. 또 현대인의 시점에서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선 영조 때 제작된 '해동지도'를 도판으로 사용했다.
편역자인 전송열·허경진은 산과 물이 삶에서 더욱 멀어진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생각과 글을 느끼게 하고 싶어 이 책을 기획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현대식 건물 안에서 수석을 수집하고 화초를 키우고 완상하는 등 조선시대 '와유'를 여전히 즐기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옛사람의 글을 통해 아름다운 산과 물을 즐기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출판사 돌베개, 가격은 1만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