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 괜히 공허한 마음이 든다. 입이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게 곧 쉬는 것이자 낙(樂). 필자를 포함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을 이유여하 막론하고 집중탐구해본다.
"아이스카페모카에 휘핑크림 얹어주세요."
먹는 것 앞에서는 칼로리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지론. 오로지 맛을 위해 365일 아이스음료에 휘핑크림을 추가한다. 사실 휘핑크림보다는 생크림이 진리인 크림세계지만, 곳곳에 휘핑크림이 더 눈에 띈다. 
주로 생크림은 △파이 △케이크 △크림파스타 △카르보나라(carbonara) △반죽첨가용 등, 휘핑크림은 △생크림 케이크 △과일디저트 △커피 등에 사용하곤 한다.
원유 100% 유크림을 자랑하는 생크림. 첨가물이 없어 고소하고 신선한 유크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1주일 정도로 짧을뿐더러 조형성이 약해 케이크 등에 데커레이션(decoration) 용도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이에 보편화된 휘핑크림은 유통기한이 길뿐만 아니라 생크림보다 비교적 단단해 케이크 장식 등을 작업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지방 30% 이상에 식물성 안정제, 동물성크림 유화제 등의 첨가물이 함유돼 있다. 칼로리도 생크림보다 높은 편.
맛과 특징을 품평하는 것과는 별개로, 최근 생크림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5월부터 '생크림 품귀현상'이 불거졌기 때문. 사실 일반 소비자들의 피부에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듯하다.
또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는 일부 동네 빵집, 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크다. 난데없는 생크림 대란에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 이러한 품귀현상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마트에는 어느덧 국내 생크림이 자취를 감추고 수입제품들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뭐? 우유 생산량이 줄어서?" 생크림 공급량 40%↓
국내 유업체들은 평균 40%가량 생크림 공급량을 줄였다. 생크림은 원유를 탈지분유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드는데, 유업체 입장에서 볼 때 생크림은 마진이 거의 없어 주력상품이 아닌 부산물의 개념으로 생산해왔다.
따라서 생크림 품귀현상은 우유 생산량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우유 소비량은 줄어들고 분유재고량은 최고점을 찍자 이를 해결하고자 유업계는 낙농가와 손잡고 지속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줄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우유생산량은 일평균 6135톤에서 현재 5766톤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고 이는 당연히 생크림 생산량에도 타격을 입혔다. 디저트의 꽃 생크림의 수요는 계속 높아지는데,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생긴 것.

실제 한국유가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분유재고량은 1만7086톤으로 전년대비 22%가량 줄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생크림을 포함한 국내 크림 소비량은 2010년 3만8314톤에서 지난해 4만3464톤으로 5년 새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여름에는 유지방 함량이 적어져 겨울대비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산 생크림시장에 잠식당하나…가격경쟁 불가
생크림 품귀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산 생크림시장에 잠식당할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실상 1ℓ에 1100원인 우리나라 원유로 만든 생크림의 가격은 수입 생크림과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분유만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분유 1㎏ 생산원가는 1만2000원 수준인데 수입되는 분유 가격은 3000원대다. 수입 제품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였다.
생크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카페 또는 음식점 등에서도 "생산비를 맞추려면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수입 냉동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자를 보고 있는 생크림 생산에 별다른 메리트가 있을 리 없다. 생크림 사업의 수익구조와 타계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익적인 측면만 놓고 보기에는 이것도 엄연히 국가적인 문제 아니겠는가.
여전히 우유 소비량은 저조하고 분유 재고는 넘치고 있다. 생크림과 버터 등의 품귀현상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해결될 문제라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