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28 12:15:50
[프라임경제] '2년 후'가 더 큰 문제다.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당장의 상황도 문제지만, 현재의 사육 구조 및 규모 문제와 만나면서 또 다른 파동이 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의 한우 가격 상승은 고급고기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인한 현상이 아니라 공급 구조 붕괴에 따른 '반짝 효과'라는 우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초 주요 농산물 전망에서 한우 사육 마릿수는 송아지 생산 마릿수보다 도축 마릿수 규모가 커 작년대비 1.9% 감소한 263만마리로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우 사육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우 가격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 위험 부담을 축산농가에서 오롯이 지게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
6개월쯤 된 한우 송아지 값이 450만원으로 폭등한 상황. 여기에 앞으로 2년간 사료 값만 최소 350만원이 들고, 오차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원가만 800만원 넘게 들여 기르더라도 한우 가격에서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까? 전망은 '안갯속'이다.
◆2012년 대규모 축소, 2년 후 고기값 상승 사례…앞으로도 반복 우려
사육두수의 안정적 관리가 없으면 한우 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점은 이미 2014년에도 경험한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파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2012~2013년 당시 한우 암소가 대규모 도태처리된 바 있다.
2012년부터 단행된 일명 '한우암소감축장려금지원사업'. 이로 인해 송아지 공급 감소와 한우 가격 상승이 나타났고 약 2년 후 가격 상승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내놓은 '광복 70주년, 한국인의 밥상 변화와 축산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우 1등급 ㎏당 도매가격 평균은 지난 2012년 1만3302원에서 2013년 1만2788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4년 1만4511원으로 11.87% 다시 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축산농가에 이익이 발생했던 것도 아니다. 2013년 한우 비육우 사육 순수익 통계를 보면 (-)57만3000원 즉 손실로 나타났고, 2014년에도 (-)29만3000원으로 가격 고공 행진이 일어나도 손실을 면치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확인된다.
따라서 지금 오른 가격으로 한우 송아지를 입식하고 비용 지출을 하고, 더 나아가 2년쯤 후 역시 한우 가격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해도 축산농가에 실제로 수익이 날지는 미지수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우의 안정적 가격 관리와 농가 이익 보장을 위해서 송아지의 안정적(숫자에서나 가격면에서) 공급이 절실해 보인다.
◆송아지 안정적 공급, 대기업 진출이 답?
한우 공급의 안정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대두된다.
한우 산업은 축산업에서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분야다. 이지바이오 계열로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우리손에프앤지 정도가 한우 사육으로 시선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오히려 이 아이디어에 대단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가 사조그룹의 양돈업 진출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기조다. 즉 옛 축산법 27조(기업의 축산업 사육 참여 제한) 부활을 바라는 수준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중소기업 이외의 기업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사육규모 이상의 축산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고, 기존에 진입해 있던 중소기업 이외의 기업군은 현 사육두수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축산법 개정을 이번 20대 국회에서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우 산업의 기업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격이 요동치는 기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한우 사육 규모가 꾸준히 줄어왔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 가격 관리가 불가능한 정도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기업의 한우 시장 참여로 사육두수 자체를 일정 규모 이상 늘리면 이 점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대기업이 한우 산업에 진출할 경우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인데, 그 이익이 낙수효과로 영세한 한우 축산농가들에게 돌아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시장에서 이들이 내몰리는 결과부터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를 살펴보면, 2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8.5%에서 2016년 63.3%로 줄었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비중이다. 이 20마리 미만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를 숫자로 보면 더 피부로 와 닿는다. 2016년 2·4분기 기준 20마리 미만 한우 사육 농가는 5만5129가구다.
약 5만가구를 시장논리에 막바로 노출시킬 경우 일어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표면적인 시장논리와 장점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다는 것. 예를 들어 기업화된 업체의 한우 시장 진출과 이들의 상장 등으로 한우 산업 자체가 완전한 기업 경제 논리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 자본에 의한 지분 지배에 한우 산업이 휘둘릴 가능성이 대두된다.
◆농협 역할 기대…농협법 개정 논란 속 가능할지가 '관건'
한편, 한우 송아지의 안정적 공급 방안으로 비육우 중심의 축협 생축장을 암소(번식우) 사육기지로 전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쇠고기 수급안정 대책의 하나로 축협 생축장의 번식우 사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이 같은 방안이 한우 산업의 안정적 규모 관리 방안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협법에서 조합원과 경합되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대전제가 있기는 하나, 현재 이미 비육우 중심으로 운영되는 생축장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히 다른 방향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풀이다. 아울러 농협법에서는 조합원의 복리 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한우 송아지를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는 것을 조합원 축산농가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기업의 참여와 부작용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안정성이라는 큰 이익을 감안하면, 작은 규모의 축산농가가 마냥 피해를 입는다고 볼 수도 없다. 과거처럼 작은 규모의 축산농가에서 한우 송아지를 내다 팔아 수익을 내고, 큰 규모의 축산농가에서 이를 사들여 기르는 방식이 완전히 붕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특히 가격의 안정이 중요하다. 가격 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표면적 상승만으로 실질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기 때문이다.
다만 농협은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축산업계 반발에 직면해 있다. 2000년 농협과 축협의 합병 과정에서 만들어진 특례조항(축협조합장이 축산대표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 개정안에서 삭제돼 축산업에 대한 배려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 즉 축산법 27조(기업의 축산업 사육 참여 제한)의 부활이나 농협법 축산특례 조항 존치 여부와 별도로 실질적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에 농협이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농협의 용단에 따라 한우 가격 안정, 더 크게는 한우 산업의 퀀텀점프 여부가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