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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의 이런 마니아] 향수 여행…과거부터 현재까지

전혜인 기자 기자  2016.07.28 0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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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누구나 취미생활 한 개쯤은 있겠죠. 어떤 사람은 운동을 좋아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추리소설 등을 보며 머리를 바쁘게 쓰기도 합니다. 그런 대신 지갑을 분주하게 여닫는 이도 있겠죠. '이런 마니아'에서는 현대인들의 여러 수집 취미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소개합니다.

엄마가 다 쓰고 버리려고 하던 향수 빈 병을 몰래 가져와 침대 옆에 두었습니다. 이후 하나둘씩 그저 색과 모양이 예뻐 사 모으기 시작한 향수가 어느새 화장대를 잔뜩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게 됐죠. 그 향수들 중 한 번 직접 뿌려보고 나서는 손도 안 대는 것들이 부지기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니 후회는 없습니다.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시각이지만, 후각으로 강화된 기억은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향(香)은 고체 형태든 기체 형태든 언제나 인간의 역사 속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의 신전에서도 사용됐죠.

현재와 같이 알코올을 이용한 증류식 향수는 14세기 헝가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맑은 피부와 은은한 향기를 주었다는 '헝가리안 워터'는 사실 향수보다는 화장수에 가까워 보이는데요. 현재까지도 로즈마리와 장미를 이용해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폴레옹은 4711 브랜드의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를 아주 좋아해서, 심할 때는 한 달 동안 향수만 40병 넘게 사용할 정도로 마니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합성향료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조향법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나폴레옹이 즐긴 것과 같은 향을 지금도 느낄 수 있죠.

한편, 향수의 종류 중 가장 지속력이 약한 향을 의미하는 '오데코롱'의 어원이 바로 이 향수에서 유래됐다는군요.

합성향료를 사용한 향수는 19세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정확하게는 1882년 우비강에서 출시한 '푸제아 로얄'이 먼저지만 최초의 근대적 향수로 알려진 것은 겔랑의 '지키'입니다.

꽃향기가 지배하던 여성 향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지키는 사실 출시 초반에는 오히려 남성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신드롬은 10여년 후 겔랑이 첫 남성 향수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됐죠.

"당신은 잘 때 무엇을 입나요?" 약간은 무례한 기자의 질문에 "음, 샤넬 No.5 몇 방울만요(Just a few drops of Chanel No.5)"라고 대답한 마릴린 먼로. 그녀의 대답과 더불어 이 향수는 그저 단순한 향수 한 병이 아니라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죠. 기존 향수에는 들어간 적 없었던 '알데히드'라는 화학물을 조향에 추가함으로써 샤넬 'No.5'는 현대 향수를 완성시켰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향수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향수 전문가들의 팁을 몇 가지 골라봤습니다.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여러 가지의 향수를 섞어 쓰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수가 화학물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향수가 서로 섞였을 때 어떤 화학작용을 이끌어낼지 모른다는 거죠.

처음부터 '섞어 쓰셔도 좋아요'라고 홍보하고 있는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향수를 섞어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네요. 같은 맥락에서 검증되지 않은 개인 조향사의 향수를 사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대신, 좀 더 다양하게 향기를 즐기기 위해 바디 샤워부터 향수까지 서로 다른 제품군을 사용해 향을 레이어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럴 때 각 향의 베이스 노트, 즉 가장 오래 남는 기본향은 꼭 통일시키는 것이 좋죠. 같은 플로랄 계열의 바디샤워, 바디로션, 샤워코롱, 향수를 사용해 로맨틱한 기분을 내거나 시트러스 계열을 골라 활력을 되찾는 것도 좋겠네요.

아울러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라면 머리카락에 향수를 살짝 뿌리는 식으로 향을 연출하는 일이 많을 텐데요. 향수의 알코올 성분이 머릿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그리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요즘 향수의 트렌드는 '니치 향수'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어로 '틈새'를 뜻하는 'nicchia'에서 유래된 니치 향수는 소수의 구매자를 위한 특별한 향수로 높은 가격에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죠.

원가 절감에 대한 압박이 적어 값비싼 향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덕에 일반적인 브랜드 향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향수가 많은 게 니치 향수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것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요.

그러나 굳이 니치 브랜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체향이 있어서 같은 향수를 뿌리더라도 서로 다른 느낌이 난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시향했을 때는 너무 좋았던 향이 내 몸에 뿌렸을 때는 뭔가 답답한 기분이 나기도 하고,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향수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일도 있죠.

나에게 딱 들어맞는 나만의 향수, 오늘부터라도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