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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한우 가격' 일관사육 장려-송아지 안정적 공급, 투트랙 왜 필요?

FTA 여파 한우 산업 체력 고갈…무분별 입식 부메랑 우려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7.27 17: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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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한우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축산농가들 사이에서는 가격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의 가격동향에 따라 송아지 입식을 늘리는 등 근시안적 대응을 할 게 아니라 한우 공급기반 전반을 점검하고 챙겨야 할 때라는 것.  

최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한우 등심 1등급 가격은 1kg당 7만8000원을 상회해 지난해 동기대비 9500원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가격 동향이 장기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 효과로 이어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우 가격이 오를 경우 수입산 소비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건비와 사료값 등에 대한 동반 상승이 일어나면 이익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 일명 '김영란법'으로 인한 한우 소비 감소 가능성까지 겹쳐 축산 농가들이 지금 상황을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가격 요인에 따라서만 사육 판단을 하고 방침을 세웠다가는 장기적으로 가격 파동 가능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수익 오르긴 했는데…장기 추세는?

5월 말 나온 통계청의 2015년 축산물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마리당 29만3000원 손실을 기록했던 한우 비육우(쇠고기 생산·판매를 목적으로 사육하는 한우)의 순수익은 지난해 31만6000원으로 흑자였다.

그러나 통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마리 이하 사육 축산농가가 한우 비육우 순수익에서 27만8000원 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100마리 이상 한우 비육우를 사육하는 경우 56만원 수익이 나는 등 규모에 따른 편차가 컸다. 

한우 가격 상승 및 농가 소득 회복은 농가의 급감과 한우 공급기반 약화에 기인한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근래 한우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파장과 이로 인한 소규모 축산농가 폐업이 이어지면서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간 한우 축산농가의 기초체력은 약해진 상황이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15만4000가구이던 한우 사육농가수는 올해 1분기 8만8000가구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4년 동안 무려 6만6000가구가 줄어든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 이후 한우 농가의 경영적자 폭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1년 송아지 번식 농가는 한 마리당 66만원의 손실을 봤으나, 2012~2015년에는 마리당 손실액이 92만원까지 늘었다.

한우 비육 농가는 2008~2011년 비육우 마리당 17만4000원의 손실을 봤으나, 2012~2015년에는 손실액이 36만6000원에 달했다. 

따라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우 비육우 사육 이익이 흑자를 기록했다거나, 지금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상황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바로 떠올리는 것은 단편적이고 위험한 판단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한우 공급기반이 더 약화된 상황이고, 가격 불안을 견딜 기반도 약하기 때문에 경영안정 방안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높다는 것.

당분간 한우 가격 오를 듯, 그래도 무작정 사육 규모 늘리면 문제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한우 가격 강세는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동향이나 수익성 지표는 그간 사육 규모가 줄어든 효과에 따른 것이고,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 동향도 전체적인 감소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올해 초 주요 농산물 전망에서 한우 사육 마릿수는 송아지 생산 마릿수보다 도축 마릿수 규모가 커 작년대비 1.9% 감소한 263만마리로 예상된 바 있다.

통계청의 올해 2·4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서도 6월1일 기준 한우 마릿수는 261만9000마리로, 대체로 앞서 연구원 전망에서 제시된 규모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지금의 가격 흐름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이것이 기존 한우 농가 수익구조 악화 경향을 반전시키는 동력원이 될 정도의 힘을 가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한우 송아지의 안정적 공급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중단기적으로 한우 송아지의 무분별한 입식 투자 대신 일관사육(번식)을 장려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송아지 번식이 위축된 상황의 본원적 해결책이 요청된다.

비록 잠시 사육 증가 가능성에 제동을 걸더라도, 다시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소 모순된 듯한 숙제를 푸는 것은 농민들의 노력만으로는 곤란하다는 점에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지금 무계획적으로 한우 송아지 입식에 적극 뛰어드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 2년 후쯤 한우 가격 타격 탓에 전체 한우 농가 수익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먼저 감안해야 한다.

이 해결 방안으로 송아지 입식 규모의 관리 필요성이 대두된다. 전라남도가 최근 한우 키우기 확대를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나선 것이 그 예다. 아울러 일관사육을 촉진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소규모 축산농가에서 자체 비육과 함께 송아지를 출산시켜 내다팔아 수익을 내고, 큰 규모의 사육장에서는 송아지를 사다 소를 키우던 체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일관사육은 다른 데서 송아지를 데려오지 않고 낳아서 기르는 과정을 모두 처리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단기 이익 대신 그만큼 장기적인 흐름을 보는 추세로 한우 사육 흐름이 바뀔 수 있는 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방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한우 사육 규모 확대를 자제하도록 하지만, 전체 한우 사육 머릿수가 너무 줄어드는 등으로 한우 산업 기반 자체가 퇴보해 근래의 가격 불안을 빚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질 개선도 요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감안하면 송아지 번식을 앞서 과거에 하던 방식대로 전적으로 소규모 농가를 축 삼아 이뤄지게 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지난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14만가구 이상이던 소규모 축산농가는 올 1분기 기준 6만여가구만 남았다고 한다.

따라서 소규모 축산농가에서 송아지를 공급하는 데 중심축을 맡던 방식을 좀 더 체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 대안으로 비육우 중심의 축협 생축장을 암소(번식우) 사육기지로 전환하는 방법에 이목이 집중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쇠고기 수급안정 대책의 하나로 축협 생축장의 번식우 사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이것이 한우 산업의 안정적 규모 관리 방안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

공급물량 감소로 인한 일시적 가격 상승이라는 착시 현상에 반응하기보다는 그간 너무 약해진 한우 산업의 체력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전제에 개별 축산농가나 관련단체, 당국이 함께 공감대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