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성과 연봉제와 호봉제, 시금석은 신뢰?

김병호 기자 기자  2016.07.27 17:17:3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성과주의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상황. 이와 동시에 금융권에서는 호봉제와 연봉제, 성과연봉제가 거론되며 팽팽한 노사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이 받는 성과연봉제' '일할 맛 나는 공공기관' '이용할 맛 나는 공공 서비스' 등은 정부부처에서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공공연히 들을 수 있는 문구다. 

과거와 달리 현재 '꿈의 직업'이라 불리는 직업은 억대 연봉을 받으며 꿈을 펼치고, 이상을 논하는 일터의 근무자가 아니다. 스스로 심각한 사규를 위배하지 않는 이상 퇴사하지 않는 평생직장, 급여도 호봉으로 차곡차곡 올라가는 흔히 공무원, 선생님, 은행원 등이 꼽힌다.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도입된 성과주의. 은행 내 인력구조의 고령화 및 인건비 부담 가중, 조직 운영 상 비효율성 해소 및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시각에서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도입 초기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성과연봉제 도입은 40세 이상 인력비중이 50%에 육박하는 금융권에서 현재 경제위기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관철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 호봉제 임금체계는 근무연수에 따른 자동승급으로 중·고령자의 생산성 저하에도 괴리된 높은 인건비를 부담, 신규채용 감소와 비정규직 등 고착화된 관행의 역순환을 부추긴다는 평가가 일색이다. 

결국 은행연합회는 14개 민간은행과 공동으로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결과를 내세워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가장 큰 문제점이던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짚어 수립의 근거가 되도록 내놓은 것이다.

평가제도 가이드는 집단평가 위주, 일반직원의 개인평가 기준을 집단과 개인평가로 균형에 맞춰 활용하고 개인평가 항목 및 기준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다시 말해 개인평가는 업무실적을 평가하는 성과평가와 직무능력 및 태도를 평가하는 역량평가로 구성하고, 개인 성과평가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목표합의에 기반을 둔 MBO(Management by Objective) 방식 적용을 권장한다.

평가방식도 개인평가 보상 연계를 위해 평가등급 산출 관리를 강화하고, 평가등급 수는 5개 이상으로 하며, 등급별 인원 비율은 최소 5% 이상이 되도록 구성한다. 아울러 평가자 권한 명확화 및 관찰 가능성을 고려한 평가단계를 설정하고, 최종 등급 조정 절차를 반드시 도입한다. 

보상제도 가이드는 △연봉제 도입을 위한 Pay Band 운영 △임금 자동 상승 및 상위 직급과 역전현상 등 비효율 제거 △호봉제 문제점인 임금 자동 상승에 대한 억제 대안 도입이 골자다. 

여기에 전체 연봉 최고·최저 차등 폭을 평균 20%에서 30% 이상으로 운영하며, 향후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보상구조'도 포함된다.

또한 기본급은 연공에 따른 임금의 자동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개인성과와 역량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 운영한다. 성과급 부문은 전체 연봉 중 성과급 비중을 부부점장 이상은 30% 이상, 일반직원은 20% 수준으로 점진 확대한다.

평가에 따라 최고, 최저 평가 등급자 간 성과급 차등 폭은 최소 2배 이상으로 설정한다. 직무급과 관련해 부점장 이상은 직무급제 성격의 보상항목을 반드시 운영하고 동일직급 내 3개 이상 차등 설정한다. 일반직원은 전문 직무 위주로 우선 도입 후 점진적인 확산을 꾀한다.

연봉의 차등 폭을 확대하고 호봉제에 문제점인 임금의 자동 상승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면서 일반직원의 경우 차등 폭을 최소 1%포인트 이상 설정한다. 이런 내용이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개별 성과평가와 역량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평가자와 평가 대상자가 일 대 일 면담을 통해 결과를 공유하고, 중간점검을 하는 등 저성과자 기준안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금융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사의 입장차는 분명하다. 조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관리자의 책임경영, 조직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 성과위주 보상 등은 매우 긍정적이다.

반면 이러한 조직원들의 공정한 평가가 될 것이냐에 대한 불신과 이를 통한 과도한 경쟁 유발, 공개된 개개인의 평가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와 달리 전 직원에 영향을 받고 향후 이를 토대 삼아 저성과자 퇴출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노조가 날을 세우는 중이다.

성과연봉제는 신뢰와 공정성 있는 평가, 구체적인 성과기준, 조직 평가 등이 최우선과제다. 기존에서 변화를 시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인 이해부분의 득실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노조와 더욱 진중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