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은대의 글쓰는 삶-10] 워터파크의 친절만큼만

이은대 작가 기자  2016.07.27 13:21:3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무더운 여름이다. 예년에 비해 심하다 싶을 정도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좋은 분에게 받은 선물로 워터파크를 다녀왔다. 무더위에 딱 알맞은 시기적절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바캉스 계절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여름은 물과 함께 즐겨야 제맛인 것 같다.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물놀이를 하고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했지만 반면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불평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음식의 가격이다.

외부에서 음식물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아무래도 수질관리를 하다보면 음식물 찌꺼기가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체 운영하는 식당이 많고, 곳곳에서 간식을 판매해 굳이 음식물을 싸들고 가지 않아도 배를 곯을 일은 없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소시지 하나에 2500원, 우동 한 그릇에 8000원, 돈가스는 1만4000원 등 입이 쩍 벌어지는 금액이었다. 나뿐 아니라 가격표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놀라움과 분노에 가까운 심정이 담긴 듯 했다.

물론 특별한 장소라는 점은 어느 정도 감안이 된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시설을 관리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직원들의 급여까지 고려한다면 음식의 가격을 외부의 일반 편의점과 비교할 수는 없을 거라 짐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뱉은 불평은 '해도 너무한다'였다.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 울며 겨자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음식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에는 두 말 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음식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에 워터파크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직원들의 친절한 태도였다.

나는 꽤 까탈스러운 사람이다. 그래서 동사무소, 식당, 서비스센터에 가도 직원들의 말과 행동에 아주 예민한 관심을 갖는다. 조금이라도 기본에서 벗어나는 태도를 보이면 그 자리에서 지적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편안한 사람은 못되는 듯 하다.

그런 내가 아주 제대로 감동받았다. 하루 종일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워터파크의 직원이 스무 명쯤은 된 것 같다. 한결같았다. 마치 한 사람을 대하는 듯 했다.

도대체 직원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래 이토록 진심이 느껴지는 친절을 모든 직원이 베풀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내와 아이까지도 공감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딜 가도 만나보지 못한 따뜻한 친절이었다.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고 정성껏 답변해주고,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젊은이들까지 미소와 배려를 잃지 않았다.

하루종일 복잡한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도 시종일관 든든했고, 마음이 평온했다. 워터파크 직원들이 보여준 친절은 대한민국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본받아야 할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우동과 돈가스를 좀 비싼 가격에 먹어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만그만한 맛도 불평거리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실오라기 하나 떠다니지 않는 깨끗한 수질관리도 기본이었지만, 매 순간 눈을 씻고 쓰레기를 주워담는 아주머니들의 밝은 표정과 친절에도 우리 가족의 마음은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친절이란 것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

내가 베푸는 친절에도 누군가 이처럼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친절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가슴을 채웠다. 내 나라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만큼 성장하고 성숙했다는 느낌에 가슴 뿌듯해지는 하루였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