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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화의 이사람 10년전] 휴대폰 자판기, 누가 만들었을까?

'통신시장 5% 점유 목표' 이응준 폰플러스컴퍼니 대표 인터뷰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7.27 12: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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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0년 전 그를 뜨겁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고 서툴고 덜 영글었더라도 눈부신 오늘을 있게 한 당시의 활화산 같은 열정과 희망, 톡톡 튀는 아이디어까지…. '이사람 10년전'에서는 그들의 '소중한 10년 스토리'를 건조하지 않게 소개한다.

2016년 1월27일,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에 입점된 '휴대폰 자판기(PhonePlus M·PPM)'에서 300대 한정판매된 샤오미의 '홍미3' 단말이 한 시간 만에 동났다. 당시 홍미3의 가격은 9만9000원.

여기에 유심(USIM)칩과 가입비를 포함해 1만6000원만 더 내면 약정 없이 곧장 개통이 가능했다. 저렴하기로 잘 알려진 해외직구보다도 10만원가량 더 싼 가격이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처럼 요즘 다이소에 가면 휴대폰 자판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이동통신 3사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애플의 최신 단말 '아이폰SE'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에 자판기 형식을 도입한 이응준 폰플러스컴퍼니 대표(37세)는 "계획한 대로 진행된다면, 휴대폰 자판기와 앱 시스템이 2~3년 내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5%를 차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3년 4월16일 설립된 폰플러스컴퍼니는 2014년 8월부터 다이소에 휴대폰 자판기를 입점시켰다. 현재 전국 142개 다이소 매장에서 볼 수 있으며, 꾸준히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 케이스 사업도 시작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 중이다.

◆27세 대전 청년의 진심 담은 휴대폰 자판기

2006년 27세였던 이응준 대표는 대전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365일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출·퇴근을 반복했던 이 대표는 "당시엔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를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국내 이동통신 유통구조는 가장 위에 이통 3사가 있고, 아래로 이통사 직영점 및 대리점, 그 아래로 대리점이 관리하는 판매점이 자리하는 커다란 피라미드 형태다.

이러한 탓에 고객 접점인 판매점에서 불법행위가 발생되면 이통사 본사는 "판매점에서 생긴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판매점에서는 "본사 지시"라고 해명하는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판매점 직원들은 '폰팔이'라는 다소 부정적 별칭을 얻게 됐다.

판매점에서 일할 당시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자'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했던 이 대표는 진심을 알아주기는커녕 비하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까웠다.

판매점 직원으로 일 한 지 몇 년이 지나 이 대표는 132㎡(40평) 규모 대리점 두 개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 이때 이 대표는 대리점 직원들에게 "언제나 웃고 친절을 베풀라"고 말하곤 했다. 스쳐간 사람이라도 언젠가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대표는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얻게 된 정보와 노하우를 담아 일반인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고 싶었다. 여기서 탄생된 것이 바로 휴대폰 자판기와 '폰플러스' 앱이다.

◆8월부터 자판기서 휴대폰 요금 수납… "꿈꾸는 자가 꿈을 이룬다"

폰플러스컴퍼니는 다음 달부터 휴대폰 자판기와 앱을 통해 휴대폰 판매뿐 아니라 요금 수납·번호변경·자동이체 변경·해지 등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여기 탄력을 받아 해외진출도 구상 중이다. 이 대표에게 현재를 있게 한 과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어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휴대폰 자판기와 폰플러스 앱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휴대폰 개통, 해외 직구 대행, 그리고 중고폰 개통을 할 수 있다. 현재는 휴대폰 자판기를 통한 고객과 앱을 통한 고객의 비중이 50%씩 차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템이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판매 현장엔 보조금이 불시에 몰리는 등 '스폿(Spot)성 혜택'이 가능하다. 일시적 혜택이 지속되면 고객으로서는 이익이다. 판매 현장에 종사할 때부터 자판기와 앱을 통해 인건비와 매장세를 절감해 고객 혜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판매는 잘 되고 있나?
▲최근 판매한 애플의 '아이폰SE'는 지난달 1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통3사에서 판매하지 않는 외산 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있는 고객 사이에서 자사 자판기나 앱이 인기 있다.

-사업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10만원대 저렴한 가격에 새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아래서는 일반 개통은 법적인 수준에서 할인 가능하지만, 자사 직구대행의 경우 유통 경로가 짧아서 기존 직구 대행보다 5만~10만원가량 더 저렴하다.

-다이소와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앞서 편의점에도 입점됐으나, 편의점은 살 물건만 사는 목적구매성이 강해 휴대폰 판매가 잘 안됐다. 그러던 때 다이소에서 편의점에 설치된 자사 휴대폰 자판기를 보고 먼저 입점을 요청했다. 다이소는 저렴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어도 '쇼핑'이 가능한 곳이라 편의점과는 구매환경이 다른 편이다.

-버스정류장 등에 설치하면 편할 것 같다.
▲절대로 안된다. 신분증을 스캔하고 개인 인증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 개인정보보안상 공공장소에는 설치하지 않을 예정이다. 실내 중에서도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만 설치할 거다.

-다음 달부터 시행될 요금 대납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는 휴대폰 구매가 아닌 요금 납부 등을 요청하는 고객에 대해선 다소 불친절한 경향이 있어 고객이 불편을 겪는다. 고객편의성도 높이고 이를 통해 휴대폰 자판기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지난 10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모토는 '꿈꾸는 자는 꿈을 이룰 수 있다'다. 21살 때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하기 전엔 '언제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가나'하고 한숨 쉬었다. 그런데 꿈을 꾸고 실제로 해보니 거짓말처럼 두 다리만으로 국토를 횡단했다, 꿈을 꾸고 꾸준히 그 꿈에 도달하려고 했다.

-10년 전의 ‘나’와 현재를 비교할 때 더 나아진 점이 있다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재밌다. 직원들도 즐거워한다. 새 일을 기획하면서 이번에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사업을 펼칠까 고민하는 것이 흥미롭다. 카카오톡으로 고객들과 실시간 상담도 하는데 "저렴하게 구매했다"며 다들 고마워한다. 그분들을 보면 보람이 크다.